카잔 버전과 비교한 영화 ‘블루 재스민’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블루 재스민’은 주인공 재스민이 새로운 환경에서 욕망을 향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프레인 제공
‘블루 재스민’은 1947년 초연된 미국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이 희곡은 1951년 엘리아 카잔 감독이 연출하고 비비언 리와 말런 브랜도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1995년 제작된 제시카 랭, 알렉 볼드윈 주연의 영화도 있다.
‘블루 재스민’의 주인공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 블랑슈와 꼭 닮았다. 몰락한 부자 집안 출신의 결혼 경력이 있는 여자. 여기에 동생 집에 얹혀살며 새로운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다. 우디 앨런식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62년 전 카잔 감독의 그것과 비교해봤다.
카잔 감독의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다. 웃음기 가신 배우들의 연기는 현대인의 욕망을 파고든다. 영화는 강간, 외도, 가정폭력 등 당시 문제가 됐던 윌리엄스 희곡의 민감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위태로운 인물들의 갈등은 스크린 밖으로 열기가 터져 나올 것처럼 긴장감이 살아 있다.
평소 재치와 위트, 때로는 조롱과 희화화의 영상 문법을 구사하는 앨런 감독. ‘블루 재스민’에도 그의 장기가 녹아 있다. 재스민이 여동생 진저(샐리 호킨스)의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그렇다. 뉴욕 파크 애비뉴에 살던 재스민은 알거지가 돼 샌프란시스코의 허름한 차이나타운으로 동생을 찾아온다. 동생의 남자친구와 그 친구들은 노동자들. 뉴욕 부자들의 교양 있는 매너와 달리 이들의 막대접은 재스민을 당황하게 한다. 관객은 재스민의 허영이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첫 순간을 보며 웃지 않을 수 없다.
○ 말런 브랜도 vs 케이트 블란쳇
1951년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스탠리역으로 나온 말런 브랜도. 성적 매력이 넘치는 20대의 브랜도를 확인할 수 있다.
○ 샌프란시스코 vs 뉴올리언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 출신인 테네시 윌리엄스는 문학과 예술을 숭상하는 남부 귀족 문화를 사랑했다. 그가 보기에 돈을 밝히는, 실용주의적인 북부 문화는 천박한 것이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면 남부에서 부유하게 자란 블랑슈가 향하는 곳은 뉴올리언스. 이곳은 남부지만 항구 도시로 노동자의 문화가 번성했다. 블랑슈와 대립하는 노동자 스탠리는 북부 문화를 상징한다.
앨런 감독은 윌리엄스와 닮았다. 돈과 속물근성이 넘치는 서부 할리우드를 떠나 우아한 동부 뉴욕에서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있다. 앨런 감독은 재스민을 뉴욕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보낸다. 원작에서의 남북 간 갈등이 ‘블루 재스민’에선 동서 간의 대립으로 바뀌었을 뿐 두 영화가 활용하는 지역적 상징은 일치하는 셈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