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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 기록물로 분류 않고 삭제… 누가 왜?

입력 | 2013-10-03 03:00:00

[“盧-金회의록 기록원에 안넘겼다”]
■ 검찰, 경위 규명-수사 본격화할듯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야 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2일 확인되면서 그 경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없는 회의록

대통령기록물은 청와대 이지원→대통령비서실 기록관리시스템과 이동식 하드디스크→대통령기록관의 기록물관리시스템인 ‘팜스(PAMS)’ 순으로 이관되어야 한다. 전자문서 형태가 아닌 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의 서고로 옮겨진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도 이 절차를 거쳐 팜스로 이관돼야 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1차 회의록과 수정 회의록(수정본)이 청와대 이지원에만 등록된 뒤 팜스로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차 회의록은 이지원에만 보관됐다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1차 회의록은 청와대가 정상회담 녹취록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수정본은 청와대와 국정원이 국정원의 특수장비를 이용해 녹음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을 보완하는 등 1차 회의록을 일부 수정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록이 발견된 ‘봉하 이지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시스템을 통째로 복제, 저장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갔다가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이 일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같은 해 7월 대통령기록관으로 반납한 바 있다.

검찰은 앞으로 국가의 중요 사초(史草)인 정상회담 회의록이 무슨 이유 때문에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고, 이지원에만 남게 됐는지를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수정본이 ‘봉하 이지원’과 국정원에 남아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은폐하기 위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다는 여권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수정본을 ‘봉하 이지원’에만 남긴 것은 회의록을 사적으로만 보관하고 국가기록원의 공식적인 기록, 즉 사초로 영구히 남기고 싶지는 않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삭제된 1차 회의록과 수정본은 내용상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회의록들이 정상회담 대화내용을 아무 첨삭 없이 기록한 원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수정본이 국정원에 보관된 회의록과 동일한 것이며, 국정원이 회담 녹음테이프를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정본이 대화내용을 원래 그대로 담고 있는지는 앞으로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회의록 한 부는 왜 지웠을까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1차 회의록이 삭제된 경위 역시 반드시 밝혀져야 할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재단 측은 그 회의록이 초안인 데다 국정원에도 한 부가 있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삭제된 한 부 역시 완성본 형태의 회의록이고, 중요한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삭제를 지시해 실행됐다면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떤 형태의 회의록이든 이지원에 등록된 뒤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이 되지 않거나 삭제됐다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삭제했는지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친노 인사는 대통령기록관으로 회의록을 이관할 경우 열람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차기 정권이 열람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국가정보원과 이지원에만 각각 한 부씩 보관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이 행사한 일종의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지원과 국정원에 보관함과 동시에 대통령기록관에도 보관하면 되는데, 이를 굳이 삭제하고 이관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이유가 석연찮다고 지적한다.

○ 정상회담 회의록 작성, 관리 30여 명 소환

검찰은 다음 주부터 정상회담 회의록 작성, 관리를 담당한 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 30여 명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기록물 관리 담당자였던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과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 등이 핵심 조사 대상이다.

조 전 비서관은 올 1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노 전 대통령의 서해 NLL 포기 발언과 관련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을 이지원에선 삭제하는 대신 국가정보원에 보관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회의록 삭제 및 실행, 보고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문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최예나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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