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정치부 차장
1월 어느 날.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고 짧은 특명이 내려졌다. ‘동아미디어그룹 연중기획의 주제는 통일, 마감은 동아일보 창간 93주년(2013년 4월 1일).’ 20여 명의 TF 팀원은 흩어져서 대한민국 최고의 통일 전문가들을 만났다. 모여서 ‘통일의 작은 a부터 큰 Z까지’를 난상 토론했다. 3개월 고민과 번뇌의 종착역은 결국 제목 찾기. 딱 한 줄이 필요했다. 다시 끝없는 고뇌의 시간. 웃고 떠드는 대화, 살벌한 토론, ‘그냥 막 던져보기’ 속에서 세 가지가 공감됐다. ①통일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겠다 ②그러나 통일은 반드시 온다 ③준비하면 대박이고, 안 그러면 쪽박이다. 세 줄을 한 문장으로 줄이는 데 또 시간이 필요했다. 애 둘인 여자 후배가 말했다. “선배, 이런 정성이면 애 하나 더 낳겠어요.”
4월 1일 창간기념호에서 7대 다짐을 밝힌 뒤 6개월여. 그 약속을 실천하려는 작은 노력 속에 많은 사람과 장면을 만났다. 대한민국 20대의 33.4%가 ‘절대 통일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만났다. 11세 남자 어린이의 남북 키 차이는 19cm, 몸무게 차이는 16kg이란 믿기 싫은 통계를 만났다. 남한 산림녹화를 주도했던 고건 전 총리의 녹색 통일에 대한 집념을 만났다. 탈북 청소년에게 음악교육을 재능기부하는 사단법인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의 따뜻한 마음을 만났다.
지난 주말 중년의 아들과 노년의 아버지(75)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매년 서너 차례 방문하는 부자(父子)의 데이트 코스. 유해를 찾지 못한 10만4000여 위의 호국용사 중 큰아버지 이름이 있다. 그는 1953년 정전(7월 27일)을 13일 앞두고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북한이 정전기념일을 ‘전승절(戰勝節)’이라고 멋대로 부르는 걸 아버지는 정말 싫어한다.
“아버지, 통일이 언제쯤 될까요.”
“글쎄. 되려면 갑자기 될 것 같기도 하고….”
부형권 정치부 차장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