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의류 브랜드 ‘H&M 디자인 어워드’ 우승한 27세 김민주씨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서울 중구 H&M 명동중앙길점에 전시된 자신의 ‘H&M 디자인 어워드’ 우승작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민주 씨.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H&M 명동중앙길점에서 열린 우승 작품 전시행사 참석차 방한한 디자이너 김민주 씨(27)는 “내가 커서 뭐가 될까 걱정하던 부모님이 제일 기뻐한다”며 웃었다. 광주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는 어머니는 그가 중요한 패션쇼를 준비할 때마다 매번 벨기에까지 찾아가 정신적인 버팀목이 돼 줬다. 안트베르펜 왕립예술학교는 입학생의 3%만 졸업할 정도로 학사 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쟁쟁한 동료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경에는 김 씨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한몫했다. “뉴질랜드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됐어요. 그곳에선 수업 과목을 직접 고를 수 있어 미술 위주로 시간표를 짜 단숨에 우등생이 됐죠.”
“1학년 과정을 마칠 때쯤 작품을 허술하게 준비했다가 지도교수한테 엄청 혼났어요. 다음 날 바로 기차를 타고 프랑스 파리 원단 시장에 가서 재료를 뒤지며 잡생각을 버렸죠. 졸업할 땐 그 교수님한테 제일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17일부터 세계 11개국의 H&M 주요 매장에선 김 씨의 컬렉션 중 일부가 판매된다. 최근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의 편집숍 ‘오프닝 세리머니’도 김 씨의 H&M 컬렉션과 석사 졸업 작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그는 “컬렉션이 공개되면서 외롭게 독백하는 것 같던 디자인 작업이 드디어 ‘대화’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며 “이젠 ‘내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패션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뭔지 묻자 김 씨는 얼굴을 붉혔다. “누군가에게 조언한다는 게 쑥스러워서요. 그래도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느라 스트레스 받지 말고 소신껏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