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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 들러리 내세워 계열사 채권 편법판매 의혹”

입력 | 2013-10-04 03:00:00

투자자들 금감원에 민원 제기
“다른 증권사 배정분 다시 받아와 2개업체 회사채 99% 직접 팔아”




투자자들 현재현 회장 자택 주변서 시위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인근 골목에서 항의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 발행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타 증권사의 배정분까지 떠안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증권사는 같은 계열사 회사채 발행분의 50%까지만 주선할 수 있는데 동양증권은 타 증권사 주선 물량을 자사 창구에서 팔아 사실상 모든 물량을 주선했다는 것이다.

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 회사채 투자자들은 “다른 증권사에 배정된 채권 물량을 동양증권이 다시 받아와 투자자들에게 편법으로 팔았다”고 주장하며 금감원 신고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A 씨는 “동양그룹 계열사 채권 발행 물량의 절반 이상을 같은 계열사인 동양증권이 판매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일단 다른 증권사에 배정했다가 다시 받아왔다는 설명을 당시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동양 회사채 투자자들은 인터넷에 만들어진 ‘피해자 모임’ 카페 등에 이와 유사한 글을 다수 올렸다.

올 들어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7차례에 걸쳐 5760억 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때 동양증권이 절반을, IBK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나머지 반을 주선했다. 하지만 실제 판매에서는 ㈜동양 회사채 8801억 원어치(올해 이전 발행물량 포함) 중 8725억 원어치, 동양시멘트 회사채 2310억 원어치 중 2253억 원어치가 동양증권에서 팔렸다. 동양 회사채의 99%가 동양증권에서 소화됐고 기관 수요가 전무한 만큼 애초부터 2개 증권사가 ‘들러리’를 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오래전부터 경영권 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며 “법원에 모든 결정을 맡기면서 저희 가족의 모든 경영권 포기가 자동으로 수반됐다”고 밝혔다. 또 “기업어음(CP) 전체의 차환이 은행의 협조로 이뤄질 수 있다면 저와 동양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고 해결에 나서겠다”며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상훈·장관석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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