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도 안듣는 ‘다제내성균 6종’ 8개월간 2만8000건 감염 신고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대전의 종합병원으로 옮겨 세균검사를 받았더니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감염됐다고 했다. 이 균은 주로 유아에게 생긴다. 소아과에서 치료 도중 감염됐음을 뒤늦게 알고 변 씨는 “많은 아이가 방문하는 소아과지만 의료기구도 제대로 소독하지 않더라. 일주일이면 나을 병이 몹쓸 세균 때문에 한 달 넘게 고생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다른 세균에 감염돼 더 큰 병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에게 특히 치명적이지만 의료기관과 보건당국이 소홀히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아 치료가 까다로운 ‘다제내성균’ 6종의 원내 감염이 점차 늘었다는 점이다. 2012년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100개 의료기관에 보고된 다제내성균 감염 신고건수는 2만7968건으로 2011년(2만2928건)보다 훨씬 많았다.
병원 내 감염이 무서운 이유는 한 번 세균이 퍼지기 시작하면 사람, 수술실, 의료기구를 통해 의료기관 내부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중환자실에서 일어난 감염 사고 10건 중 8건(77.3%) 정도가 요로·혈류감염이었다. 대부분 대장균, 연쇄상구균, 그람음성균 등 세균에 오염된 미세관(카테터)이나 수술기구,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다 생긴 사례로 추정된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내 감염 대부분이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처럼 감염에 취약한 구역에서 생긴다. 수술기구를 중심으로 멸균관리를 잘하면 감염을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더욱 진전되면 병원 내 감염이 더 많이 늘어난다고 의료계에서는 우려한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