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6부]<6>독일, 엄격한 운전면허 제도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뮌헨 중심가의 슈베걸 파르슐레 운전면허학원 강의실에서 강사 슈베걸 씨가 수강생들에게 ‘차량 전조등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슈베걸 씨는 “운전이 어렵다는 것을 알리는 게 강의의 목적”이라며 학생들에게 공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뮌헨=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낮추는 게 목적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뮌헨 중심가의 슈베걸 파르슐레 운전면허학원 강의실. 수강생 14명은 계속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사 슈베걸 씨(63)가 “자동차 상향등은 언제 켜야 할까요. 맞은편 운전자에게 화가 나 운전을 방해하고 싶을 때? 운전자 마음대로?”라며 공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날은 운전면허 기초이론교육 11번째 시간. ‘차량 전조등 사용법’을 주제로 1시간 20분 동안 강의가 이뤄졌다. 독일은 기초이론교육을 14시간 이상 받아야 도로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 슈베걸 씨는 전조등의 종류와 사용법, 기계적 작동 원리까지 세세하게 가르쳤다. 낮과 밤, 운전자와 보행자 등 각각의 입장과 다양한 상황에서 찍은 슬라이드 필름 수십 장을 보여주며 교통법규뿐 아니라 운전자의 판단과 행동 요령까지 질문했다. 한국에서 면허를 딴 지 1년이 채 안 된 기자는 절반 이상이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강의가 끝난 뒤 기자가 “수업 내용이 어렵다. 이렇게 자세히 배울 필요가 있느냐?”라고 묻자 슈베걸 씨는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게 1차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운전이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것. 그는 “운전면허학원은 빗길·눈길 운전, 안개가 끼었을 때, 커브를 돌 때 등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상황과 대처 요령을 가르치는 자동차 사용설명서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데 드는 비용은 1295유로 남짓. 약 187만 원으로 비용도 비싸지만 면허 취득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14시간 이상 기초이론교육을 들어야만 필기시험을 볼 수 있고 각기 배점이 다른 30개 문제(108점 만점)를 풀어 99점 이하를 받으면 불합격이다. 도로주행수업도 일반 도로 외에 심야운전 시외도로 및 고속도로 운전 등 각기 다른 상황에서 12시간 이상 수강해야 한다. 도로주행 과정을 듣는 아나스타샤 씨(19·여)는 최근 2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쉬지 않고 달리는 ‘스트레스 상황의 도로주행’을 했다. 그녀는 “필기시험을 겨우 통과했는데 주행이 훨씬 어렵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운전이 정말 어렵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아데아체는 ‘젊은 운전자 교육’을 교통사고 감소와 도로 안전성 제고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독일 인구 8000여만 명 중 18∼24세는 640여만 명(8.3%)에 불과하지만 교통사망사고의 30%가 이 연령대 운전자들과 관련돼 있다.
아데아체 도로교통연구 담당 프랑크 박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규수업으로 ‘올바른 안전띠 착용법’ ‘도로 위 수신호’ 등 기본적 안전교육을 받지만 운전대를 잡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초보 운전자일수록 자랑 심리 때문에 과속, 신호위반, 차선위반을 일삼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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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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