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디 러브/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공경희 옮김/351쪽·1만3000원/포레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와 아동 유괴를 다룬 범죄소설이라는 안 어울리는 조합에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공포를 ‘유괴’라는 소재로 형상화해 악인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파괴 욕구와 그것이 우리 삶에 가져다 줄 불행, 그리고 이 둘의 순환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유괴범 체스터 캐시는 아이들을 유괴해 성적 노리개로 삼고, 나이가 들면 살해하는 잔혹한 범죄자다. 그의 직업이 교회를 순회하며 설교하는 ‘시간제 목사’라는 설정이나, 아이에 대한 자신의 학대와 폭력을 아이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신의 명령으로 확신하는 모습은 악의 평범성, 일상성을 보여 주는 작가의 장치다. 납치한 아이에게 ‘하느님의 전사’라는 뜻의 ‘기드온’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자신을 ‘대디 러브(Daddy Love·사랑밖에 모르는 아빠)’라고 부르게 하는 대목에서 독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어린 사냥감을 찾은 대디 러브에게서 살해당할 위기에 몰린 로비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부모 품에 안긴다. 하지만 이 끔찍한 경험이 아이와 부모의 내면에 남긴 상처가 치유될 것이라고 저자는 낙관하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쪽에서 엄마가 만나게 되는, 악몽과도 같은 아이의 모습은 이 책이 품은 가장 날카로운 비수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