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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뒷談]영화 ‘관상’ 출연배우들 실제 관상은?

입력 | 2013-10-05 03:00:00

이정재가 이리상이라고? 관상전문가들 “아니올시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으로 나오는 이정재, 관상 보는 기생 연홍을 맡은 김혜수, 김종서 역의 백윤식(왼쪽부터). 관상가들의 말에 따르면 김혜수와 백윤식의 실제 관상은 배역에 요구되는 관상과 일치하지만, 이정재의 경우 ‘이리상’인 수양대군과 거리가 멀다. 영화인 제공

지난달 11일 개봉한 ‘관상’(감독 한재림)의 관객 수가 800만 명을 넘어 1000만 명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극 영화 ‘관상’은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 읽어내는 타고난 관상가 내경(송강호)이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일으키는 계유정난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송강호는 “관직에 나가면 단명(短命)한다” “목이 잘려 죽을 팔자다” 등 관상으로 본 인간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이리상’인 이정재는 잔인하고 포악하며 권력욕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호랑이상’의 백윤식(김종서)은 원리 원칙을 지키며 어린 단종을 끝까지 돕는 정의로운 인물로 나온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배우의 이미지와 역할이 기묘하게 맞아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언급된 배우들의 관상은 이들의 실제 관상과 어느 정도 일치할까. ‘관상’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조정석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이종석의 얼굴을 관상 전문가인 대한역학학회(www.pitisaju.co.kr)의 권순재, 역학상담업체인 ‘사주천궁’(www.46saju.com)의 장순옥, 정연 관상가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처진 눈매의 이정재가 이리상이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배우 이정재는 ‘이리상’이 아니다. 수양대군으로 나오는 그는 피를 보아서라도 권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잔인한 야심가로 묘사된다. ‘이리상’은 사납고 치밀하며 집요한 면모가 이목구비에 드러나야 한다. 이정재는 얼굴이 길고 날카로운 이미지 때문에 이리처럼 생겼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는 ‘독한 관상’이 아니다.

이정재의 얼굴은 살짝 처진 눈매, 긴 인중과 얇은 입술이 특징이다. 눈은 관상에서 9할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 눈 끝이 처진 경우 자기표현에 적극적이기보다는 남을 배려하면서 참고 기다리는 쪽에 가깝다. 긴 인중을 가진 이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느긋하고 한참 생각한 뒤 입을 여는 편이다. 반대로 이정재의 위로 올라간 눈썹과 일자 이마는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얇은 입술은 냉정함을 상징한다. 이정재는 대체로 ‘착한 관상’이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세밀한 분장으로 배역을 커버했다는 평가다. 장순옥 관상가는 “눈과 입 옆에 흉터를 그려 넣어 험악한 인상을 연출했고, 짐승 털로 만든 검은 털 조끼 등 의상 선택이 적절했다”고 말했다.

‘역모의 상’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는 미간에 삼각형 모양의 점이 있으면 역모를 일으킬 만한 상이라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는 나쁜 관상에 해당하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역모의 상’은 한마디로 ‘심상이 꼬인 듯한 얼굴’로 정의할 수 있는데, 얼굴의 특정 부위만 보기보다는 이마가 반듯하지 않고 찌그러졌다거나, 눈빛이 강렬하지만 색이 어둡다거나 하는 전체적 분위기를 따져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지도자상’인 백윤식, 여복도 많은 관상


전문가들은 이정재를 제외하고는 실제 배우들의 관상이 영화 속 캐릭터와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영화에서 ‘호랑이상’으로 나온 백윤식은 낮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에서 지도자다운 면모가 두드러진다. 높고 균형 잡힌 모양의 코는 절개와 강직함을 갖춘 김종서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다만 수양대군에 대적하는 인물을 맡기엔 눈매의 강렬함이 모자랐다는 평이다.

촉촉하게 젖어 보이는 눈과 눈 밑에 ‘와잠’이라 부르는 애교살이 두꺼운 점은 이성에게 어필하는 포인트다. ‘도화기(桃花氣)’가 있다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눈에 물기가 많으면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이성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가 ‘와잠’이 두꺼우면 정력이 좋다는 설명도 있다. 66세의 나이에 비해 진한 눈썹도 그의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관상가 내경 역을 맡은 송강호(왼쪽)와 그의 처남인 팽헌 역의 조정석. 영화인 제공

송강호의 처남인 팽헌 역의 조정석도 캐릭터와 실제 관상이 상당히 비슷하다. 그는 안구가 돌출된 ‘출안(出眼)’인데, 이런 관상은 하고 싶은 행동을 참지 못해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전해진다. 영화에서 팽헌은 돌발 행동으로 매형인 송강호와 조카 이종석을 위험에 빠뜨린다. 권순재 관상가는 “눈을 종종 신체 기관 중 간에 비유하곤 하는데, 눈이 튀어 나온 사람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튀어나온 울대뼈 역시 급하고 대범한 성격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송강호가 조정석에게 “목젖이 튀어나와 성질을 못 이겨 분풀이를 하다가는 인생을 망칠 것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조정석은 진중함이 있는 홑꺼풀 눈이라 욱하는 성질을 누르고 한 번 더 생각한 다음 움직이는 측면도 있다.

관직에 나갈 뜻을 굽히지 않는 송강호 아들 진형 역의 이종석은 실제로도 명예를 추구하는 ‘선비상’이다. 높은 코는 관직 운을 상징하고, 눈썹과 눈 사이가 좁은 사람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분석적 성격이라고 전해진다. 영화에서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고 긴 머리가 이마를 가려 앞날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관상학적 설정이 더해졌다. 장순옥 관상가는 “이종석은 눈매가 길게 빠지거나 강렬하지 않아 다소 희미한 느낌을 주는데, 만약 눈빛이 강렬한 배우였다면 말단 관직에 만족하는 설정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강호가 잘나가는 이유는 광대뼈 덕분

‘관상’에 나오는 배우들 가운데 관상이 가장 좋은 사람은 송강호다. 전문가들은 그가 어떤 분장을 하고 있건 간에 “얼굴에서 남다른 빛이 느껴진다”고 했다. 또 광대뼈가 큰 산처럼 넓고 단단한 데다 턱 모양이 완만하게 잘 짜여 있어 “말년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강호처럼 눈매의 양쪽 끝이 모두 날카로우면 관찰력과 포착력이 좋아 한 번 익힌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명민함을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또 양쪽 눈의 크기가 약간 다른 ‘음양안(陰陽眼)’이라 머리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 관찰력과 영리함을 갖춘 얼굴이라 관상쟁이 역할에 꼭 맡는 이미지라는 것이다.

‘관상 보는 기생’인 연홍 역의 김혜수는 이목구비가 큼직하고 하관이 갸름하면서도 튼튼하게 잘 짜여 있어 배우로서 롱런할 관상이다. 눈의 검은자가 커서 감성이 풍부하고, 코끝이 뾰족해 예술성을 타고났음을 알 수 있다. 큰 입과 풍만한 육체에서는 색기(色氣)가 흐른다. 종합적으로는 타고난 연예인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눈매가 날카로워 관찰력이 좋고 머리가 뛰어나 극중에서처럼 관상쟁이가 될 수는 있으나 ‘무당 될 팔자’는 아니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은 얼굴에 어두운 기운이 흐르고 눈빛이 탁한데, 김혜수는 밝은 기운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관상으로 ‘관상’ 배우 캐스팅 해보니

관상가들에게 관상으로만 봤을 때 영화의 각 배역에 더 잘 어울릴 만한 배우를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

수양대군 역에는 최민수 이성재 김상중이 꼽혔다. 세 명 모두 눈매가 날카롭고 욱하는 성질이 느껴지는 ‘센 얼굴’이다. 정연 관상가는 “특히 최민수는 눈매가 사납고 얼굴에서 권력욕이 느껴진다. 이정재는 흉터나 의상 등 디테일을 통해 캐릭터를 잡았지만, 최민수는 얼굴 생김새에서 바로 수양대군의 캐릭터가 느껴진다”고 했다.

백윤식이 맡은 김종서 역에는 유동근이 꼽혔다. 탄탄한 하관에 느릿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특히 지도자다운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기생 연홍 역에는 총기 있는 눈빛에 지략을 겸비한 이미지의 전도연이 꼽혔다.

이종석이 연기한 진형 역에는 ‘선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박유천과 이준기가 거론됐다. 두 배우 모두 총명한 눈빛과 함께 곧고 높은 코를 가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준기는 눈 생김새가 날카로워 진형보다는 더 높은 관직의 선비를 연기하기에 적합한 상이다. 팽헌 역은 조정석이 관상학적으로 굉장히 잘 맞아 떨어져 다른 배우를 추천 받지 못했다. 코믹한 설정을 좀 더 잘 살릴 수 있는 능글맞은 연기력 면에서 유해진 정도가 후보에 올랐다.

송강호의 존재감을 대신할 만한 배우도 찾기 어려웠다. 정연 관상가는 “송강호의 실제 관상이 관상 전문가를 맡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그만한 풍채에 전체 흐름을 잘 끌고 갈 수 있는 배우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권순재 관상가는 “날카로운 눈매와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 김윤석 정도를 추천할 수 있다. 덩치에 비해 목소리 톤이 높은 송강호보다 무게감이 더 느껴지는 역할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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