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기획자일까 개발자일까… 알쏭달쏭 한글 상식 쉽게 풀어◇훈민정음-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김주원 지음/296쪽·1만8000원/민음사◇한글 이야기 1, 2홍윤표 지음/1권 340쪽 1만8000원/2권 388쪽 2만 원/태학사
한글이 쓰인 최초의 그림인 ‘안락국태자전변상도’의 한 부분. 장면마다 한글로 간략한 설명이 쓰여 있다. 작자 미상인 이 그림은 1576년 선조대왕과 의인왕후 박씨를 위해 제작됐다. 태학사 제공
‘훈민정음-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는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지난해 5월 ‘서울대 인문 강의’에서 강의한 내용을 풀어 쓴 책이다. 먼저 저자는 많은 사람이 ‘한국어’와 ‘한글’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부터 지적한다. 한국어는 언어이고 한글은 한국어를 표시하는 문자다. 또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한글이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점도 환기시킨다.
한글로 소리 나는 모든 것을 적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한글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집현전 대제학 정인지가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바람 소리, 학의 울음, 닭의 홰치며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일지라도 모두 이 글자로 적을 수 있다”고 쓴 것을 오해했기 때문이다. 정인지의 글은 뜻글자인 한자에 비해 훈민정음이 소리글자임을 강조한 것이지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밖에 임진왜란 때 한글을 암호처럼 사용해 왜적으로부터 기밀을 유지했다는 이야기, 외국 문헌에 최초로 소개된 한글은 정유재란 때 명군을 접대했던 허균이 한시를 짓고 한글로 음을 달아 준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직접 창제한 게 아니라 훈민정음 창제를 기획했을 뿐이라고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훈민정음은 세종이 친히 지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종어제훈민정음’에서 ‘어제(御製)’는 임금이 친히 지었다는 뜻이며, ‘훈민(訓民)’이라는 용어는 임금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책을 통해 최초의 한글 고문서, 한글 학습의 변천사, 일제강점기 한글 보급 운동 교재 등 한글과 함께해 온 다양한 역사도 알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의된 대로 언문이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인가에 대해서는 두 책 모두 아니라고 밝혔다. 언문은 중국의 한자와 한문과 구별되는 다른 나라 문자를 일컫는 말일 뿐 비하의 뜻은 없다는 것. 최만리의 상소문에는 언문이라는 단어가 22번 나오는데, 언문을 임금이 직접 만든 글을 비하하는 뜻으로 쓸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