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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최강’, 남자는 ‘난감’…한국 쇼트트랙 ‘빨간불’

입력 | 2013-10-07 07:00:00

여자 1000미터 결승 6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2013-2014 삼성 ISU 월드컵 쇼트트랙 대회 여자 1000미터에서 한국 선수들이 1,2, 3위로 골인하고 있다. 우승은 심석희 선수. 2위 박승희 3위 김아랑. 변영욱 기자cut@donga.com


‘쇼트트랙 월드컵’

"여자는 큰 걱정이 안 되는데…남자는 이번 대회 어렵겠는데요."

'쇼트트랙 전설' 김동성의 걱정대로,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남녀 대표팀이 대조적인 성적을 거뒀다.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은 3-6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14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2차 월드컵에서 '노 골드'와 '금메달 3개'로 희비가 엇갈리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자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날인 6일 1000m에서 금-은-동을 모두 석권하는가 하면, 3000m 계주에서도 중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완승을 거뒀다. 최전성기를 질주하는 심석희(16·세화여고)-박승희(21·성남시청)-김아랑(18·전주제일고)에 '왕언니' 조해리(27·고양시청)의 노련미가 더해진 결과였다.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는 1차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데 이어 2차 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코앞으로 다가온 소치올림픽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김아랑도 1500m에서 심석희를 제치고 우승한 데 이어 3000m 계주 결승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환상적인 역전 질주를 해내는 등 한 차원 성장한 기량을 뽐냈다. 과거 전이경-김소희-김윤미, 진선유-변천사가 써내려갔던 '금빛 역사'를 재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여자 팀 선수들은 화기애애했다. 박승희는 "1-3등을 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라고 말했고, 조해리는 "전과 달리 중국 선수들에게 끌려다니지 않는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최광복 코치도 "생각할 것도 많지만,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다"라고 말했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설마설마했던 '노 골드'의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노진규(21·한국체대)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이한빈(25·서울시청)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박세영(20·단국대)이 동메달 2개를 보탰지만,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 챔피언 신다운(20·서울시청)은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신다운은 1000m와 1500m에서 모두 임페딩 반칙으로 실격되는가 하면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마커를 밟고 넘어지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신다운은 계주 준결승 경기가 끝난 뒤 얼굴을 감싸쥔 채 눈물을 흘리는 등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후 믹스트 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대표팀 주장 이한빈은 "지금은 올림픽이 아니다. 올림픽 때 겪어야할 일을 지금 미리 겪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한빈은 "이번 대회에는 평소 내 스타일이 아닌 경기 운영을 시도해보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라면서 "감기와 부상이 겹쳐 선수들의 컨디션도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한빈은 이번 대회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친 신다운에 대해 "생각이 남다른 선수"라면서 애정을 드러낸 뒤 "1차 월드컵 때 입은 허리 부상도 있었고, 발목도 썩 좋지 않은 상태다. 이번 대회는 (신)다운이에게 값진 경험이고, 많은 공부가 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잘 다독이겠다"라고 전했다.

노진규의 어깨 부상에 대해서는 "사실 (노)진규가 빠져서 사기가 저하된 것이 사실이다. 계주에서 갑작스럽게 (노)진규가 빠지면서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라면서 "어차피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노진규 없이 해야한다. 올림픽을 미리 경험했다 생각하겠다. 매 경기 결승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전세계적인 세대 교체가 진행된 여자 쇼트트랙과 달리 남자 쇼트트랙의 경우 J.R.셀스키(미국), 찰스 해믈린-올리비에 장(캐나다), 안현수(빅토르 안·러시아) 등 20대 후반의 노련한 선수들이 여전히 각국의 주력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이 같은 험난한 미래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심거리다.

목동|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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