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장군 영정, 도난뒤 행방 묘연무등산도는 영남대박물관에 있고 문중-기관 소장 고문헌은 훼손-소실한국학호남진흥원 재단법인 설립 추진
19세기 이전에 그려진 유일한 무등산 지도 그림인 ‘무등산도’. 무등산의 지형과 사찰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미술사학적 가치가 높다. 현재 영남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김대현 전남대 교수 제공
○ 호남 국학 자료 멸실 위기
고문서, 서화 등 호남의 귀중한 국학 자료가 허술한 관리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호남지역에는 고문서 10만여 점, 고서화 10만여 점, 고목판 3만여 점, 옛 문집과 지방지 500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자료는 대학과 박물관 등 기관이 보관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관리가 쉽지 않고, 개인이나 문중이 소장한 고문헌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소실됐다.
송만오 한국학호남진흥원 연구원은 “두 달 전 전주에서 1만 원 경매장에 조선 중기에 작성된 효행록과 서원의 방명록, 유생 명단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지역의 기록 유산이 멸실, 훼손, 사장, 반출되는 것은 이를 종합적으로 수집해 보관할 수장고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호남지역 기록 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자는 논의는 1998년 무등산권문화유산보존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2007년 호남문화진흥원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2011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지만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익 재단 법인 형태로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 탄력
지지부진하던 연구기관 설립은 2년 전 지역 학자들이 (사)한국학호남진흥원(이사장 나무석)을 설립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단체는 수차례의 모임과 정책토론회를 통해 진흥원 설립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국학중앙연구원(경기 성남시)과 영남권의 한국국학진흥원(경북 안동시)이 해당 지역의 문화와 학문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 집대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호남권에서도 국학 및 전통문화 진흥 허브 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경우 교수, 연구원 등 300여 명이 근무하며 올해 288억 원의 예산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1995년 설립된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은 건립 재원으로 500억 원을 확보하고 유교문화의 관광 자원화 프로젝트 등 방대한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한국국학진흥원처럼 우선 터를 확보하고 자치단체 기금 출연을 통해 재단법인 설립 요건을 갖춘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허가를 받으면 호남권 국학 자료의 보존 활용 방안을 수립하고 대학, 문중, 문화계 등과 분야별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한국학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 문화콘텐츠 디지털화, 연수 및 문화 체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성식 한국학호남진흥원 기획협력처장은 “호남은 성리학과 실학, 항일 등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정신 문화와 기록 유산을 가지고 있다”며 “학술 교육 문화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익 재단 형태의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꼭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