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6일 일요일 맑음. 꿈의 성층권.#77 Dream Theater ‘The Enemy Inside’ (2013년)
5인조 록 밴드 드림시어터. 마이크 맨지니(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드러밍은 벌새의 날갯짓 같다.
미국의 5인조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시어터가 최근 낸 12집 ‘드림시어터’의 서곡 제목을 바로 ‘잘못된 자각 모음곡(False Awakening Suite)’이라 지었다. 며칠 전 인터넷상에선 자각몽(自覺夢)이 한바탕 화제가 됐다.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깨닫는 꿈 말이다. 나도 몇 번인가 지각몽 아닌 자각몽을 꾼 적이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현실이 아니고 꿈이란 걸 깨닫는 순간의 느낌은 마치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문득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돋친 것처럼 아찔하다. 물론 그 날개는 돋치자마자 쾌속으로 퇴화한다.
밴드 드림시어터는 꿈에 관해 25년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데뷔 앨범 제목부터 ‘꿈과 낮이 결합할 때’다. 3집은 ‘깨어 있는’이며, 5집 ‘메트로폴리스 2부: 어떤 기억에서 온 장면들’은 최면 치료 과정에서 전생을 경험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12곡, 2막 9장으로 이뤄진 77분의 음악에 소설처럼 펼쳐 냈다.
장대한 국군의 날 퍼레이드를 보면서 궁금해졌다. 총칼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는 대신 공포에 떠는 퇴역 군인은 우리나라엔 없을까. 나만 혼자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이건 누구의 자각몽일까, 지각몽일까. 그렇담, 내일도 지각인 건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