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대… 한국 홀로 제자리]日 차데모-美·獨 DC콤보-佛 AC3상국내 전기차 3종 충전방식 모두 달라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탄생할 때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치열한 ‘표준 전쟁’이 벌어진다. 자사(自社)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되면 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추가로 드는 연구개발 비용 절약과 막대한 특허 수입 등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글로벌 표준 전쟁에서 밀린 기업은 시장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그랬다. ‘안드로이드’(구글)와 ‘iOS’(애플)의 양대 산맥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확고한 ‘톱2’ 체제를 형성했다. 글로벌 1위였던 핀란드 노키아는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심미안’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데 실패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서도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저속충전기는 이미 모든 회사 제품이 AC(교류) 충전 방식으로 통일됐지만 급속충전 방식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
국내 표준도 아직 없어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09년 전기차 개발을 재개하면서 당시 ‘대세’였던 차데모 방식을 따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시로서는 차데모가 최선이자 유일한 선택이었다”며 “현재는 콤보가 세계적으로 확대돼 콤보용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이제까지 설치한 급속충전기(대당 4000만 원)도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이 충전기는 2011년 말 나온 기아차 레이EV에 맞춰 차데모 방식을 따랐다. 환경부는 연내에 르노삼성 ‘SM3 Z.E’(AC 3상)와도 호환이 되는 멀티형 급속충전기(대당 5000만 원) 80대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DC 콤보 방식인 한국GM ‘스파크EV’나 내년 5월에 나올 BMW ‘i3’엔 무용지물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만약 국내 표준이 글로벌 표준과 다르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내수용과 수출용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한시라도 빨리 표준을 정하고 이에 따른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