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2013∼2014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석진욱과 여오현이 빠져나갔지만 제대로 된 충원은 하지 못했다. 다만 레오가 일찍 합류해 힘을 보탰고, 특유의 조직력을 앞세워 7시즌 연속 우승의 금자탑에 도전한다.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신치용 감독(가운데). 사진제공|삼성화재
■ 7시즌 연속 우승 도전하는 삼성화재
2013∼2014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가 11월2일 개막한다. 남자부 7개 팀과 여자부 6개 팀이 각각 5, 6라운드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과 열정, 재미를 안길 예정이다. 팀당 30경기를 치러 봄 배구에 나갈 팀을 가린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남자부)와 IBK기업은행(여자부)은 도전하는 다른 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아 역대 가장 팽팽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스포츠동아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무리훈련에 들어간 남녀구단 캠프를 찾았다. 감독의 시즌 구상과 훈련 성과, 예상 포메이션, 키플레이어 등을 싣는다.
석진욱·여오현 공백…세트당 2점 손실 예상
실전 투입 선수 10명뿐…체력 강화 구슬땀
KOVO컵 실패 후 명상훈련 통해 멘탈 강화
레오·이선규 기대…팀 결속력 최고의 강점
7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화재에 2013∼2014시즌은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쌓은 화려한 우승에 가린 그늘이 깊다. 신치용 감독은 “이미지상으로만 최강이다. 18명의 전력을 모두 모으면 꼴찌, 8명만으로 한다면 해볼만하다”고 시즌 전력을 평가했다. 6시즌 연속해서 원하는 신인보강을 못한 탓이다. 팀의 새로운 에너지 공급이 떨어진지 오래다. 연속으로 드래프트 최하위 순번이었고, 신생팀 창단도 두 차례 있었다. 삼성화재와는 트레이드도 해주지 않는다. 몇 년째 그렇게 힘들다고 했지만 삼성화재는 우승했다.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믿을 것은 훈련 뿐”이라면서 선수들을 채근했다.
8월부터 체력강화훈련을 했다. 9월30일 설악산 대청봉 등반을 정점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10월1일 설악산 단합대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기술훈련에 들어갔다. 9월까지는 양 위주의 훈련이었고, 이제는 질을 높이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훈련 강도는 이전보다 더 높았다. 신인지명선수 한 명은 입단 첫날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프로배구 선수를 포기하고 나갔다. 훈련도 다른 팀과는 달리 1,2군을 분리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커 내린 선택이었다. 코트에 뛰는 선수 한 명이 느슨해지면 팀 전체가 느슨해진다는 것이 배구계의 정설이다. 10월13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시즈오카에서 벌어지는 일본 전훈도 12명의 선수만 데려간다. 훈련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 전력변화 요인으로 사라진 2점을 메워라
팀 전력에 큰 변화가 생겼다. 베테랑 석진욱과 여오현의 공백이 커 보인다. 고희진과 함께 팀을 떠받들던 기둥이었다. 전문가들은 삼성화재의 전력이 전보다는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신 감독도 “세트당 2점 정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계산했다.
수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조직력을 지켜주던 기술적 리더가 빠져 안정감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배구는 정해진 득점을 내는 경기지만 실점을 얼마나 잘 막느냐가 중요하다.
백업요원도 모자란다. 19명의 엔트리 가운데 실전에 투입될 선수는 10명뿐이다. 이들로 시즌을 버텨야 한다. 체력강화에 집중한 이유다. 경쟁자가 없으면 주전들의 긴장감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상 못한 부상자가 생기면 삼성화재의 앞길은 힘들어진다.
● 이번 시즌 키워드는
존중. 상대에 대한 존중, 심판판정에 대한 존중, 선수끼리의 존중, 관중에 대한 존중 등이 이번 시즌 키워드다. 이 화두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놓고 감독은 고민하고 있다.
KOVO컵 실패 이후 선수단은 명상훈련을 많이 했다. 기술보다 멘탈에 많은 신경을 썼다. 물론 희망도 있다. 에이스인 외국인 선수 레오가 지난시즌 보다 일찍 팀에 합류했다. 몸 상태도 좋다. 대한항공 산체스, 현대캐피탈 아가메즈와의 대결에서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베테랑 국가대표 이선규의 가세로 중앙은 더욱 튼튼해졌다. 5일 새신랑이 된 이선규는 신혼여행도 반납했다. 여오현을 대신할 리베로 이강주도 제 몫은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시즌을 풀어가는 노하우와 연속우승으로 쌓인 선수들의 자부심은 전력 이상의 힘이다. 주장 고희진은 “선수 몇 명이 없다고 흔들리지는 않는다. 우리 팀 에이스는 삼성화재다. 그동안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레오를 향한 국내 선수들의 관심과 배려는 삼성화재만의 장점이다. 이강주가 레오를 자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며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신 감독도 추석 때 레오를 집으로 불렀다. 동료들의 과분한 배려를 레오도 안다. 그는 “여오현의 결정을 후회하게 해 주겠다”며 동료들에게 약속했다. 신 감독은 새로운 시즌을 앞둔 각오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6시즌 연속 우승할 때도 힘든 때가 몇 번 있었다. 가장 힘든 때는 2007∼2008시즌이었다. 모두 현대캐피탈이 5년 정도 우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신진식 김상우 방지섭이 없이도 10만 달러짜리 선수 안젤코를 데리고 해냈다. 2010∼2011시즌도 꼴찌에서 시작해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을 했다. 우리의 힘은 팀 분위기다. 이번에도 힘들겠지만 버티면 기회는 올 것이다.”
용인|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