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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성미]복권된 한글날

입력 | 2013-10-07 03:00:00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5년(1443년) 12월 맨 마지막 조에 날짜 없이 적힌 이 대목이 훈민정음(한글) 창제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다. 3년 뒤인 세종 28년(1446년) 9월 실록의 맨 마지막 조에는 역시 날짜 없이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고 씌어 있다.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니 비밀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한글날이 탄생한 때는 우리말이 핍박받던 일제강점기였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가 실록에 나온 1446년 9월을 한글이 완성된 시기로 보고 1926년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양력 11월 4일)을 ‘가갸날’로 정했다. ‘가갸거겨…’ 하며 한글을 배우던 데서 착안한 것이었다. 한글날이라는 명칭은 1928년부터 사용됐다. 1931년에는 양력으로 바꾸고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해 10월 29일을 한글날로 했다. 이를 다시 국내에서 쓰는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해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이 한글날이 됐다.

▷지금처럼 양력 10월 9일이 한글날로 확정된 것은 광복 직후였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十一年九月上澣)’이라고 적힌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1446년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로 정한 것이다. 1949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됐으나 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1991년 공휴일에서 빠졌다. 한글의 위상을 반영해 올해 다시 공휴일이 됐다.

▷최근 이원승 동서울대 교수가 서울의 초중고교생 및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글날이 언제인지 옳게 답한 사람이 53.5%(214명)에 불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쉬는 한글날’이 되었으니 한글날을 옳게 대답하는 사람도 부쩍 늘 것이다. 한글 반포 567주년을 맞아 이번 주 내내 각종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열리니 이를 즐기는 것도 복권된 한글날을 축하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신성미 문화부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