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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學 기술이전협약 10배 늘었지만 기업 눈높이엔 못미쳐

입력 | 2013-10-08 03:00:00

[2013 글로벌산학협력포럼]
■ 산학협력 10주년… 어디까지 왔나




산학협력 도입 10년을 맞아 대학의 공급자적 관점에서 이뤄져온 산학협력이 기업의 수요자적 입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동국대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단 기술진이 모션캡처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요즘 대학이 중장기 발전 비전을 내놓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산학협력이다. 연구에 그치지 않고, 그 결과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다.

박근혜 정부는 2월 발표한 새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산·학·연·지역 연계를 통한 신산업 창출 기능 강화’를 넣었다. 대학의 연구력과 산업현장의 자원을 엮는 산학협력을 활성화해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산학협력이 활발한 미국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대학이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수요자 관점의 산학협력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창익 교육부 산학협력과장은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의 산학협력 역량과 기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동아일보는 산학협력 10주년을 맞아 한국무역협회 산하 산학협동재단과 함께 기업의 관점에서 산학협력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 산학협력 10년, 양적 팽창에도 성과는 미흡

국내에서 산학협력이라는 단어가 본격 등장한 시기는 2003년. 정부가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만들자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속속 꾸렸다. 2012년 현재 전체 대학의 85%가 산학협력단을 운영하는 등 양적으로 상당히 발전했다. 2004년 243건에 불과했던 기술이전협약은 2011년 2143건으로 늘었다. 기술이전에 따른 대학의 수입 역시 같은 기간 62억 원에서 483억 원으로 증가했다.

교육부는 성과를 더 높이기 위해 지난해 5개년 계획으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4년제 대학 51곳에 연간 1700억 원, 전문대 30곳에 연간 120억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대학의 산학협력단은 아직 설립 초기 모델인 회계관리 업무 위주에 머무는 수준이다. 기업에 필요한 산학협력, 즉 인력 양성이나 기술 사업화, 창업 지원 같은 부분에서 여전히 취약하다. 대학이 산업구조에 맞춰 자체적으로 산학협력을 발전시켜 온 선진국과 달리 한국 대학은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는 특성도 있다. 2011년 전체 산학협력단의 수입 가운데 국가 연구개발(R&D)을 통해 받은 정부지원금이 79.4%나 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대학은 기술, 특허, 창업 아이디어, 고급 인력이 모인 창의적 자산의 보고지만 이를 산업계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 내보내는 데는 미숙하다는 방증이다.

○ ‘기업관점 산학협력’ 전환해야 활성화

산학협동재단은 기업의 관점에서 대학 산학협력의 문제점과 해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평가를 시도했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연구팀에 ‘기업 관점의 대학 산학협력 지표 및 평가 방법 개발’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팀은 대학의 정량 지표만 따지는 기존 산학협력 평가와 달리 기업 450곳(대기업 100곳, 중견기업 150곳, 중소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산업계가 원하는 산학협력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해 평가의 기본으로 삼았다. 산업계가 많이 원하는 항목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평가한 점이 특징이다.

항목 역시 산업계의 수요에 맞춰 구성했다. 지금까지는 인력양성에 국한됐지만, 기업이 원하는 산학협력을 잘하는 대학을 찾기 위해 지식기술 보유 현황, 인프라 수준, 창업지원 능력으로 확장했다. 4개 영역, 9개 항목, 18개 지표로 구성된 평가 항목을 대학알리미 및 2011년 한국연구재단이 실시한 산학협력 실태조사에 실린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실무형 인재 양성 우수 대학 △재직자 직무능력 우수대학 △기업에 유용한 지식·기술 보유 대학 △기업에 필요한 인프라 보유 대학 △창업 지원역량 우수 대학 등을 찾아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산학협력 수요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기성 산학협동재단 사무총장은 “대학이 연구 및 교육 방향을 산업계 요구에 맞게 강화하는 데 평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열리는 글로벌산학협력포럼에서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박철우 교수는 “기업의 수요를 중시한 만큼 기존의 대학 위주 산학협력 평가와는 차별화된 결과가 나왔다”면서 “시범 평가 모델에 대한 대학의 반응을 수렴해 대학의 산학협력 내실화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평가 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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