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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노사 머리 맞대야 윈윈

입력 | 2013-10-08 03:00:00

[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2>2016년부터 ‘정년 60세’




경기 안산시 단원구 반월공단 내 한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하는 서모 씨(54)는 20년 넘게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정년은 만 58세. 예정대로면 서 씨는 4년 뒤 퇴직해야 한다. 하지만 사정이 바뀌었다. 올해 4월 정년 60세 이상을 의무화하도록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서 씨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이어서 2017년부터 적용을 받는다. 서 씨는 “아직 회사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정년을 늘린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2년 이상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2016년이면 한국도 ‘정년을 법으로 정한 국가’가 된다. 우선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적용되고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도 정년 60세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권고사항이었다. 한국 기업의 정년은 평균 57.4세이고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3세 정도에 불과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정년제 자체를 연령에 대한 차별로 보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퇴직을 금지한 것이다. 반면 유럽의 경우 프랑스 60세, 독일 65세, 덴마크 67세, 헝가리 62세, 스웨덴 65세 등 대부분 국가가 정년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이 법으로 정년을 보장한 건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장년층의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소득 감소나 기업의 생산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퇴직자에게 지급하는 연금 지출이 줄어들어 국가 재정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반면 정년 연장에 따른 문제도 만만찮다. 당장 2016년 이전에 퇴직하는 이른바 ‘낀 세대’에 대한 형평성 문제다. 주로 1955∼1957년생이 해당되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1958년생까지 포함될 수 있다. 퇴직자 감소로 청년층 채용이 줄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까지 우려된다. 기업들이 과도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제도 시행 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년 연장을 전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사업장에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깎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근로자에게 깎인 임금의 일부를 수당으로 지원하는 것. 또 정년을 연장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업주에게도 일정 기간 지원금을 준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체계 개편 등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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