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추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나 제조사 누구도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소비자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나 제조사에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4시30분경 서울 번동에 위치한 가스충전소에서 택시기사 김모 씨(58)가 몰던 2013년형 현대차 YF쏘나타가 갑자기 후진한 뒤 앞으로 돌진해 주차돼 있던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시동을 켜고 후진하려는 순간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차가 움직였다”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YF쏘나타는 지난해에도 급발진 의심 사고로 17명의 부상자를 냈다. 당시 사고를 조사했던 국토해양부 급발진 합동조사반에 따르면 브레이크 조작을 가늠하는 브레이크 온/오프 항목에서는 사고 5초전 데이터 값이 모두 ‘오프(off)’로 나왔다. 즉 차량 속도가 5초 사이에 크게 증가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주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제조사가 브레이크 등 일부 사고기록장치에 의존해 급발진을 설명하는 것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나 제조사는 통상 급발진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 어떤 원인으로 속도가 상승했는지 또는 가속페달 조작여부 등과 관련해 명확하게 밝혀낸 적이 없었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는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일회성이 아닌 상시 운영체제를 갖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필요하다”며 “신뢰도 높은 통계와 분석으로 소비자들을 납득 시켜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림대학 김필수 자동차과 교수 역시 “급발진을 운전 미숙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계각층의 문제제기를 반박하기보다는 전면 재조사를 통해 의혹을 풀어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