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오재영. 스포츠동아DB
당신은 인생의 전성기가 언제였습니까? 만약 그 전성기가 너무 빨리 왔다 사라지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떤 것일까요?
넥센 좌완투수 오재영(28·사진)은 2004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빛나는 샛별이었습니다. 고졸 신인이 ‘현대 왕조’에서 일약 선발을 꿰차더니 10승을 거뒀습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선 선발승까지 거뒀지요.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습니다. 우승은 당연한 것인 줄 알았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해부터 야구가 갑자기 안 됐습니다. 팔꿈치가 아팠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더 세게 이 악물고 던지면 2004년처럼 야구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팔은 악화되어갔고, 정신적으로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습니다. 상무로 갔다가 돌아와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불펜투수로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세상은 알아주지 않더군요. 2년 전에는 야구를 그만두기로 결심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모님께 그런 마음을 털어놓고 야구를 내려놓자, 야구가 다시 하고 싶어졌습니다. 마운드로 돌아왔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습니다. 재활은 지루했습니다. 던지는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안병원 코치와 안영태 트레이너가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8월 초 선발로 돌아왔고, 고비마다 잘 던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숟가락만 얹은 기분’입니다. 9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던지게 해준 동료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은 진심으로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람들은 오재영을 현대 왕조 최후의 후계자라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오재영은 ‘넥센은 현대와 다른 팀’이라고 말합니다. 바닥에서부터 굴곡을 겪으며 목표를 향해 올라온 넥센이 자신의 야구인생 궤적과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신인왕 오재영의 전성기는 2004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무게가 굴레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만 여전히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또 한번의 전성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재기의 싹을 틔운 지금의 야구인생이 더 아름답게 비치는 것은 왜일까요? “누구나 기회는 옵니다”라는 오재영의 말에 울림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아직 내 생애 최고의 피칭은 없었다”고 오재영은 생각합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