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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폴트시계 째깍째깍… 세계경제 피마른다

입력 | 2013-10-09 03:00:00

■ 부채한도 증액 시한 D-10
골드만삭스 “최악땐 GDP 4.2%P 급락”… 도이체방크, 시한 넘겨 31일 타결 전망
국제사회 “디폴트 막을 의지 있나” 비난… 백악관, 채무 단기증액 수용 시사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시한을 열흘 앞둔 7일에도 팽팽한 신경전을 지속하자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금융계로 확산되고 있다.

디폴트 위험 고조로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76.12로 전날보다 14.38포인트 하락했다. 온라인 베팅업체 패디파워가 전망한 디폴트 가능성은 전날보다 4%포인트 오른 25%를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매일 제시하는 디폴트 시계는 5단계 중 위험 상황을 알리는 3단계 진입 직전이다.

WP는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로 인해 미국 경제가 받을 영향이 그리 크지 않지만 디폴트가 닥치면 ‘재앙’에 가까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실패해 디폴트를 선언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4.2%포인트 급락하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디폴트를 일으키는 것은 미친 짓이지만 더이상 가능성이 0%라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라보냐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채한도 협상이 17일 시한을 넘기는 것은 거의 확실하며 정부 현금 고갈 예상 시점인 31일쯤에야 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부채한도 협상은 디폴트 직전에 협상이 타결된 ‘2011년 8월 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시 미 의회는 시한을 이틀 앞둔 7월 31일 간신히 합의에 성공해 채무 불이행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5일 뒤 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전격 강등해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금융시장은 장기 부진에 빠져 약 반년 뒤인 이듬해 1월 말과 2월 초가 돼서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위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이번에도 미국 디폴트의 동반 피해자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시리아 정책 혼선과 정부폐쇄 사태로 국제 신뢰도를 잃은 미국 정치권에 ‘디폴트를 막을 의지가 있기는 하느냐’는 비난이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7일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는 정부폐쇄 책임이 공화당에 더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 힘입은 백악관과 민주당이 ‘강온 양면’ 전술로 공화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WP와 ABC뉴스 여론조사 결과(10월 2∼6일) 예산안 관련 협상을 다루는 공화당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4%, 찬성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70%를 나타냈다.

백악관은 처음으로 국가채무의 단기 증액안 수용 의사를 내비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은 이날 한 토론회에서 “경제 확실성과 일자리를 위해 (부채상한 증액) 기간이 길수록 좋지만 전적으로 그들(의회)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이라도 국가채무 한도를 올려 디폴트를 피하고 협상하는 ‘스몰딜’ 방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

백악관과 민주당은 동시에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철회나 유예 등의 조건이 붙지 않은 ‘클린 예산안’을 하원에 즉각 상정하라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압박했다. 하원의 민주당 의원 200명과 내심 연방정부 정상화를 원하는 공화당 온건파 20여 명이 투표하면 가결 정족수인 217명을 넘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