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송경근)가 통합진보당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피고인 45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부산 대구 광주지법 등 다른 6개 법원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내려진 유죄 판결과 배치될 뿐 아니라 상식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대리투표 행위에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로 “헌법이나 법률에 보통 직접 평등 비밀 투표 등 공직 선거의 4대 원칙을 당내 경선에서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부산지법은 “대리투표는 허용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금지되는 것”이라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도 대리투표는 없다. 따로 규정을 마련해 대리투표를 특별히 금지하지 않으면 금지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논리는 납득할 수 없다.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의원과는 달리 국민이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 선출을 위임한다. 주민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얻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는 정당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아줄 때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정당이 반드시 경선으로 비례대표를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에서 비례대표를 지명이나 공천으로 뽑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지명 혹은 공천하는 당대표나 당내 기구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경선을 택했다면 선거 공정성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재판부는 독립돼 있기 때문에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법원이 2심, 3심제를 둔 이유는 독립된 재판으로 인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상급심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