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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in 부산]별이 빛나는 레드카펫, 럭셔리한 유혹이 시작된다

입력 | 2013-10-10 03:00:00

패션의 축제가 된 부산국제영화제




12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어김없이 스타들의 패션이 화제가 됐다. 3일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버버리의 턱시도를 선택한 배우 천정명(왼쪽)과 유아인(가운데). 오른쪽은 6일 열린 ‘아시안 필름 후원의 밤’에 2014년 봄여름 시즌 ‘버버리 프로섬’ 프리컬렉션 드레스를 입은 배우 이연희. 버버리코리아 제공

3일 개막해 12일까지 열리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여러 번의 ‘패션쇼’가 열렸다. 개막식 때 스타들이 사뿐히 즈려밟는 ‘레드카펫’, 그리고 개막식 다음 날 팬들과 좀 더 가까운 자리에서 소통할 수 있게 마련된 ‘APAN스타로드 블루카펫’이 쇼의 주 무대였다. 이 밖에도 영화제 기간에 열린 각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스타들은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섹시하게 변신하며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뽐냈다.

화려한 드레스와 슈트의 향연은 영화제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될 정도로 이제 영화제는 의심할 수 없는 패션의 축제가 됐다.

레드카펫은 ‘세컨드 런웨이’

레드카펫 패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레드카펫 산업의 정점에 있는 미국 할리우드에서조차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옷차림으로 레드카펫 위에 서는 스타들이 많았다. 1989년 오스카 시상식에 등장했던 데미 무어가 대표적이다.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의 저자인 데이나 토머스(패션전문기자)는 “무어가 당시 검정 케이프와 자전거 탈 때 입는 스판덱스 바지를 입고 레드 카펫을 걸어왔을 때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시상식 문화는 조르조 아르마니 등 스타 마케팅에 사활을 건 럭셔리 브랜드들에 힘입어 1990년대에 들어서야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에서 레드카펫 드레스의 선구자는 김혜수다. 그는 국내에 레드카펫 드레스 문화가 없던 시절인 2000년 청룡영화제 시상식에 가슴골이 노출되는 구치의 화이트 드레스를 입었다. 노출이 경쟁력이 되는 요즘 세태에 비춰보면 ‘애교’라 할 만한 정도의 수위였지만 당시 이 글래머 스타의 사진은 스포츠신문 지면 1면을 모두 도배할 정도의 ‘핫이슈’였다.

이제 배우들의 슈트와 드레스는 국내외 할 것 없이 각종 시상식의 꽃이 됐다. 미디어의 발달로 레드카펫 행사가 대중에 광범위하게 노출되면서 각 브랜드 입장에서도 레드카펫은 엄청난 광고,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는 수단이 됐다.

해외 런웨이의 의상은 주로 패션업계 관계자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통된다. 하지만 같은 옷이 스타들의 몸을 통해 다시 한 번 선보이면 곧바로 국민적인 인지도를 갖게 된다. 이런 이유로 레드카펫은 이제 패션업계의 ‘세컨드 런웨이’로 불린다.

고급 드레스나 턱시도 수요가 서양에 비해 높지 않아 판매용 의류 수입이 많지 않은 국내에선 시상식용 드레스를 럭셔리 브랜드의 프랑스, 이탈리아 본사 또는 홍콩 등에 있는 아시아퍼시픽 지사에서 긴급 공수하는 경우가 많다. 한 럭셔리 업체 관계자는 “대표적인 시상식에서 유명 스타가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는 것은 모든 스타들이 꺼리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선점 경쟁’이 있다”며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스타들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좋은 드레스를 먼저 선점할 수 있는 힘이 좀 더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스타들 역시 점차 커지는 ‘레드카펫’의 힘을 의식하고 있다. 무명의 배우가 노출 드레스 한 벌로 검색어 순위 1, 2위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촌스러운 이미지의 스타가 잘 고른 슈트 한 벌로 ‘패셔니스타’로 꼽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졌기 때문이다.

우아한 드레스·세련된 턱시도… 아름다운 전쟁터, 레드카펫
스타들의 드레스 전쟁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 어워즈’에 등장한 배우 엄지원은 올가을, 겨울 시즌 버버리 컬렉션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화이트 드레스와 재킷을 선택한 하지원, ‘블루마린’ 드레스와 ‘주세페 자노티’ 슈즈를 뽐낸 김선아, 우아한 ‘랄프로렌컬렉션’ 의상으로 멋을 낸 김효진. ‘부일영화상’ 행사에서 ‘버버리 런던’ 컬렉션의 진회색 슈트를 선보인 황정민.(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버버리코리아 제공

영국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버버리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둔 지난달 말부터 스타와 스타일리스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버버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최근 스타들의 시상식 패션으로 각광받는 브랜드로 꼽힌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앞서 2일 열린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보영도 2014년 봄·여름 시즌 ‘버버리 프로섬’ 프리컬렉션에 등장한 순백색 드레스를 골랐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배우 엄지원이 5일 열린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드’에서 2013 가을·겨울 시즌 롱드레스를, 배우 이연희가 6일 열린 ‘아시안필름 후원의 밤’에서 2014년 봄·여름 ‘버버리 프로섬’ 프리컬렉션 드레스를 선보였다. 엄지원의 드레스는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여성의 가장 아름다운 곡선만 드러내게 한 스타일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밑단이 종아리 아래까지 살짝 내려오는 이연희의 라임색 드레스는 레이스 장식으로 섬세한 여성미를 뽐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남성 스타들이 대거 버버리 턱시도를 택해 눈길을 끌었다. 여심을 사로잡는 배우 천정명과 유아인은 바지 밑단이 좁은 슬림핏 턱시도를 입었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은 4일 열린 ‘부일영화상’ 행사에서 ‘버버리 런던’ 컬렉션의 진회색 슈트를 선보였다. 폭이 좁은 타이와 몸에 꼭 맞는 셔츠, 슈트가 도회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스타들의 평소 옷맵시를 보여주는 ‘공항패션’에서도 버버리 의상을 선택한 스타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돌그룹 빅뱅에서 ‘탑’으로 활동하는 배우 최승현은 3일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할 때 올 가을·겨울 버버리 프로섬 프리컬렉션의 울 코트를 입고 남다른 옷매무새를 뽐냈다.

배우 하지원은 1920년대 풍의 크리스티앙 디오르 드레스를 선택해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머메이드’ 룩을 보여줬다. 특히 어깨를 노출시키는 대신 화이트 재킷을 매치해 기품 있는 스타일을 완성했다.

김효진 역시 노출보다 우아함을 택했다. 랄프로렌 컬렉션의 화이트 셔츠 블라우스와 검은색 비즈 스커트로 색다른 레드카펫룩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연희는 1920년대 뉴욕 상류사회를 무대로 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감을 받은 빈티지한 스타일의 ‘제니팩햄 바이 아틀리에 쿠’ 드레스로 특유의 가녀린 여성미를 뽐냈다. 한편 김선아는 레드카펫 색상과 대비되는 ‘블루마린’의 딥블루 컬러 튜브톱 드레스로 도발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이 네 스타의 레드카펫 드레스 스타일링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대표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정 대표는 2000년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김혜수에게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혔던 ‘숨은 손’이기도 하다.

조르조 아르마니는 올해 부산에서 한효주를 ‘뮤즈’로 선택했다. 블루카펫 행사에서 한효주가 입은 드레스와 클러치는 이 브랜드의 올 가을·겨울 컬렉션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맥앤로건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김민정 소이현 조여정 황인영 이소연 심이영 강한나 등 수많은 여성 스타들이 이 브랜드의 유쾌한 부부 디자이너(‘맥’과 ‘로건’)에게 드레스를 의뢰했다. 특히 요즘은 ‘흔한 노출’이 된 가슴골 대신 치골을 드러내며 파격적인 뒤태를 선보인 강한나의 드레스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레드카펫 드레스의 본질은 결국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을, 가장 아름답게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레드카펫의 스타들은 이 아름다움을 현실화하는 움직이는 모델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