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상륙한 신상 패딩 트렌드
유러피언 패딩은 가볍고 화려하다. 북미 지역 패딩은 묵직하지만 컬러풀하다. 사진은 올겨울 시즌을 맞아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가 선보인 남성 컬렉션 ‘감므 블루’의 패딩 제품.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2010년 이후 유럽과 북미 지역의 패딩 전문 패션 브랜드가 국내로 하나둘씩 진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제 더이상 ‘패딩=아웃도어 브랜드’라는 공식은 먹히지 않는다. 김현구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패딩 담당 상품기획자는 “패션 패딩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패딩 제품과는 아예 유전자(DNA)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의 관심은 기능성보다는 ‘아름다움’에 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패딩 브랜드는 몸매의 굴곡을 잘 보여주는 착용감을 앞세우고, 캐나다 브랜드들은 두툼하고 굴곡이 덜한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A style이 국내에 선보이는 주요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와 시즌 트렌드를 알아봤다.
이탈리아: 가벼우면서 화려한
이탈리아 패딩은 클래식한 제품이 대종을 이룬다. 정장 위에 입어도 잘 어울린다.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의 ‘에르노’ 매장에서 모델들이 이탈리아 브랜드 패딩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탈리아 브랜드 중에서도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몽클레르’다. 몽클레르는 이번 시즌 다양한 소재와 패턴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여성 컬렉션인 ‘감므 루즈’는 애니멀 프린트(동물 무늬)와 더불어 럭셔리 패션의 주요 소재였던 모피(fur) 등을 이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패딩 위에 표범 무늬를 덧대거나, 다양한 동물무늬를 패치워크로 작업했다. 얼핏 보면 패딩인지 고급 모피 제품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데크 제공
갤러리아백화점이 이번 시즌부터 단독 매장에서 선보이는 이탈리아 브랜드 ‘에르노’는 다양한 소재의 믹스 매치 제품을 시판했다. 여성 컬렉션은 캐시미어 벨벳 스웨이드 등을 이용했다. ‘울 믹스드 라인’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아래는 울 소재의 편안하고 가벼운 스커트로 되어 있고, 겉은 특유의 광택이 돋보이는 패딩으로 되어 있다. 에르노 관계자는 “따뜻함과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제품들은 ‘시그니처 라인’과 더불어 에르노의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이 지난달부터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선보이고 있는 ‘프리미엄 패딩 편집숍’에는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인 ‘애드(ADD)’와 ‘타트라스’ 제품이 새로 들어왔다. ‘타트라스’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브랜드다. 그래서인지 이 브랜드 제품들은 동아시아인의 체형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허리 높이가 낮은 동양인의 체형에 맞춰 디자인된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파라점퍼스’는 독특하게도 미 공군의 210 구조대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브랜드이면서도 알래스카에서 활동하는 부대를 콘셉트로 잡은 것이다. 대표 라인인 ‘마스터피스 시리즈’는 남녀별로 각각 5가지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가죽 소재를 이용한 ‘디스트레스드 레더’는 파라점퍼스 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제품이다. 파라점퍼스는 세련미를 강조하기 위해 목 부위에 모피 소재를 적용했다.
북미: 묵직하면서도 실용적인
북미지역의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는 유럽 브랜드보다는 두툼하고, 상대적으로 기능성이 강조된 것이 많다. 그렇다고 제품이 단조롭다는 것은 아니다. 홍지현 현대백화점 패션사업부 대리는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 브랜드에는 묵직하면서도 세심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캐나다 구스’는 이번 시즌 ‘아웃도어 퍼포먼스’와 ‘피비아이(PBI)’ 컬렉션 등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올해 겨울 시즌 제품에 선보인 제품군은 다양성이 핵심이다. 캐나다 구스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컬러를 추가하고 협업 제품도 선보였다.
무스너클 ‘스리 쿼터 재킷’.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8월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한 캐나다 브랜드 ‘무스너클’은 몸에 딱 맞도록 디자인된 패딩 제품을 내세웠다. 정식 진출 이전에는 ‘따뜻하면서도 섹시한’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올해 선보인 제품들은 가족 단위 고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무스너클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 선보인 어린이용 봄버(모자에 털 장식이 있는 두툼한 재킷)와 점퍼 등은 한 달 만에 거의 매진될 정도였다”며 “현재 재입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처음 현대백화점을 통해 국내 시장에 등장한 ‘샘 엔와이시(SAM NYC)’는 2004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일반적인 북미 브랜드와는 달리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가깝다. 허리 라인을 살리기 위해 벨트가 부착된 제품이 많다. 이 브랜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과 바니스 뉴욕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