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큼은 최저연봉을 받는 조연급 선수가 아니었다. 가을잔치의 한가운데서 당당하게 포효하는 주연이었다.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PO 2차전. 연장 10회말 끝내기안타를 친 넥센 김지수가 동료들에 둘러싸인 채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넥센 김지수
10회말 끝내기안타 주인공 된 최저연봉 선수
가장 고마운 사람도, 미안한 사람도 부모님
“잘 나가는 동기들 부러워하실때 속으로 죄송”
“속으로만 늘 죄송하다고 생각했어요.” 문장을 다 끝맺지도 못한 채, 넥센 내야수 김지수(27)가 울먹였다. ‘부모’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자마자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 듯했다. 힘들어도 참아야 했고, 미안해도 숨겨야만 했던 아들의 안타까움이 마침내 굵은 눈물과 함께 흘러 넘쳤다. 2013년 10월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야구선수이자 아들인 김지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아로새겨졌다.
그러나 김지수의 야구인생 ‘최고의 날’은 가을이 시작된 뒤에야 비로소 찾아왔다. 김지수는 이날 2차전에서 정규이닝이 모두 끝난 뒤 연장 10회부터 대수비로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1루가 그의 생애 첫 가을잔치 타석.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4구째를 파울로 걷어낸 그는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다짐하듯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1루주자 박병호가 상대 견제 실책으로 3루까지 밟는 행운이 찾아왔다. 마음을 다잡은 김지수는 볼카운트 2B-2S서 오현택의 6구째를 힘껏 스윙했다. 타구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날아가 우중간에 떨어졌다.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 2연속경기 끝내기안타가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김지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끝내기안타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해 나갔다. 그러나 곧 말문이 막혔다.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뒤였다. “일단 부모님이 생각난다. 매진이 돼서 모시지 못했다”고 말하다 어느새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고,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후에야 “내 동기들(넥센 박병호, SK 최정, 두산 이원석 등)이 야구를 잘해서 그동안 많이 부러워하셨다. 고교 시절 함께 대표팀에 갔던 친구들이라 더 그랬다. 속으로 정말 많이 죄송했다”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김지수는 이날 “올해 연봉값을 다 했다”는 얘기를 두 번째 들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봉중근에게 볼넷을 얻어냈을 때다. 그의 연봉은 프로야구 최저인 2400만원. 그러나 첫 가을잔치에서 벌써 2승을 따낸 넥센과 김지수, 그리고 그의 부모에게는 이날의 안타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적어도 그의 가족에게는 ‘우리 아들이 태어나 가장 크게 효도한 날’로 기억될 테니 말이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