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는 잘 알려진 말이 있다. 너무 오래 고민해서 내린 결정은 오히려 패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은 잘 아는 일이라도 항상 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자세하게 따져봐야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심사숙고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장고를 거듭하기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까.
스위스 바젤대 연구팀은 이런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를 요약하면, 익숙한 일을 할 때에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둘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나 밥을 먹을 때 등과 같이 익숙한 일을 수행할 때에는 장고하기보다는 즉각 판단을 내리는 게 더 큰 도움을 줬다. 실험실 상황에서 수많은 정보를 제공해 인지부하를 과도하게 느끼게 했을 때 익숙한 일과 관련해 한층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실제 운전할 때 운전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기어는 어떻게 넣으며 전방과 후방을 동시에 주의해야 한다는 절차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안전운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규칙을 찾아내고 원리를 적용해야 할 때에는 가급적 인지부하가 많이 걸리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심사숙고할 시간을 갖고 머리를 써가며 주의 깊게 의사결정을 해야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dohyun@socialbra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