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못지않은 모성(母性) 복지제도를 갖춘 노르웨이에서도 아빠 육아휴직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높아지지 않는 게 있다. 여성들의 최고경영자(CEO) 비율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여성 CEO가 있는 기업은 미국이 2.4%인 반면에 스웨덴은 1%에 불과하다. 간부직 여성의 비중도 미국에 비해 북유럽이 훨씬 적다. 양성평등으로 이름난 북유럽에서 이런 불평등이 왜 나타날까.
▷스웨덴 산업경제학연구소(IFN)는 “관대한 복지제도가 여성들을 엘리트 경쟁에서 뒤처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북유럽 여성들이 주로 취업하는 곳은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이 아니라 공공 부문이다. 교사나 사회적 서비스 같은 여성친화 직종, ‘칼퇴근’ 또는 시간제 근무가 가능한 중간 이하 직급에 몰려 있다. 반면 글로벌 경쟁이 불가피한 민간기업에서는 쉴 때 다 쉬고, 복지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는 여성을 덜 고용한다. 복지제도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여성 취업은 증가하되, 고위직 진출은 많지 않다는 ‘복지국가의 패러독스(역설)’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