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조 아닌 기초연금… 20만원 모두 지급은 불가능국민연금 오래 내는 사람, 기초연금 적게 받는것도 문제국민-직장연금 국가 통합관리… 국비 보조 공공노인시설 확충… 스웨덴식 복지모델 참고할만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정치학
우선 기초연금은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을 조금이나마 평안하게 해 드리기 위한 제도다. 현재 논쟁에서는 연금 수혜 대상을 전체(100%)로 할 것인가, 경제 상황에 맞춰 70%만으로 제한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우선, 대통령이 공약했던 100% 지급은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도 없었고, 실천해서는 안 되는 공수표로 끝나야 한다. 왜 그런가. 기초연금은 공공부조로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제공되는 공공부조는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이지만, 연금제도는 공공부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세계 어느 나라가 연금을 공공부조로 접근한단 말인가?
‘20만 원 100% 지급’ 약속은 노인 인구 전체를 생활보호대상자로 본 것이다. 혹시 대통령 후보로서 약속을 지키길 원한다면 일회성 보너스로 전체에게 지급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분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20만 원을 평생 지급하는 것은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 공약을 입안한 정책참모가 잘못 생각한 셈이고, 그것을 중요한 공약으로 사용한 현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권의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연금을 장기간 납부할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주는 방식은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온 국민연금제도가 급속도로 해체될 수 있는 독소 내용이 될 수가 있다. 특히 오랜 기간 국민연금을 부어 온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
1950년대 스웨덴도 연금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국민들의 기초연금 수준이 너무 낮아 요즘 한국처럼 은퇴 노인들이 연금만으로 생활이 불가능했다. 여기에 사무직 고소득 근로자들의 경우는 높은 직장연금을 받아 은퇴 후에도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생산직 육체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금으로 은퇴 생활이 궁핍했다.
직장연금은 직종별로 천차만별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권당이었던 사민당은 국민연금과 직장연금을 통합적으로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연금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좌익 계열 정당은 찬성했지만 우익 계열 정당들은 반대했다. 결국 좌우 타협을 보지 못하자 1957년 국민투표에 부쳐 겨우 통과될 수 있었다. ‘국민추가연금제도’로 명명된 이 제도의 핵심은 국민연금 틀 속에 직장연금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득이 전혀 없거나, 낮은 퇴직자들은 순수하게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기초연금을 제공했다.
스웨덴이 연금 개혁과 함께 내놓았던 노인복지의 또 다른 해법은 공공노인시설, 예를 들어 치매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기관이나 노인정을 국비 보조로 확충하는 것이었다. 생활보호대상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효과도 있었지만 돌봄 서비스 인력 수요 등 고용 증대 효과도 얻었다. 국가가 지원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노인시설은 고용 증진과 노인복지 서비스를 통해 여생을 편안하게 보장해 드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덤으로 얻는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된 현 기초연금 법안을 거두고 좀 더 포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당, 시민대표, 전문가들이 모여 10년, 20년 대계(大計)를 짜야 최선의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국회에서 합의에 이르기 힘들 경우 나라를 가르지 말고 현명한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라.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