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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박사공부도 만화가가 되기위한 여정이었죠”

입력 | 2013-10-10 03:00:00

포털 다음에 ‘달이 내린 산기슭’ 연재중인 웹툰작가 손장원




만화가 손장원 씨가 자신의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및 단행본 만화 ‘달이 내린 산기슭’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아래는 흥월리층이라는 지층의 정령 ‘월리’(왼쪽)와 젊은 지질학자 오원경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달이 내린 산기 슭’의 한 장면.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는 초등학생 때 확고한 꿈을 정했다. 그 꿈을 이루려고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질·해양학과군에 입학했다. 학부 공부도 부족해 석사·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가 2008년 쓴 박사학위 논문은 ‘태백층군 후기 캄브리아기 세송층과 화절층의 층서와 고생물’. 그런데 그의 꿈은 대학교수나 저명한 학자가 아니었다. 만화가였다.

6월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 중인 웹툰 ‘달이 내린 산기슭’의 작가 손장원 씨(36) 얘기다. 2011년 만화전문출판사인 학산문화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단편 ‘산’을 확장한 이 웹툰은 젊은 지질학자 오원경이 강원도의 한 산길도로에서 만난 흥월리층 지층의 정령 ‘월리’와 함께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만화는 탄탄한 지질학 지식을 바탕으로 난개발에 신음하는 우리 땅에 얽힌 이야기를 오래된 지층과 산속에 사는 신비한 정령과 결합해 잔잔하게 풀어낸다. 독자들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롭다” “강물처럼 이야기가 흐른다”며 ‘힐링 만화’로 추천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학산문화사 사무실에서 웹툰 작가 중 최고 학력자인 신인 만화가 손 씨를 만났다. 정말 만화가가 되려고 오랫동안 공부를 했을까. 반복해 물었지만 답은 똑같았다.

“어릴 때부터 만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만화를 그리려 해도 많이 알면 좋으니까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지구과학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는 혼자 공부하기 어렵기도 하고 배우고 나면 전반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작 만화는 독학으로 배웠다. 손 씨는 과학고 시절 만화동아리 ‘그림자들’을 만들었다. 동아리 친구들은 함께 서울대에 입학해 활동을 이어갔다. 손 씨는 “박사나 연구원 수입이 안정적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한 캐릭터, 사건, 세계를 그림과 대사로 표현하는 만화를 죽을 때까지 그리겠다”고 했다.

손 씨는 ‘화석 그리는 만화가’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이 싫다며 다음 작품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는 결국 독자와의 소통이고 만화의 완성은 독자의 가슴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판타지 액션 학원물 등 다양한 작품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