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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최종본과 중복돼 이관 제외… 목록만 삭제… 문서 자체는 안지워”

입력 | 2013-10-10 03:00:00

[盧-金 회의록 후폭풍]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 회견 “최종본 이관 안된 건 검찰이 규명을”
檢, 김만복 前국정원장 주말 소환할듯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9일 “회의록을 삭제한 것은 아니고 초안만 대통령기록관 이관 목록에서 제외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전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사진)은 9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의록 초안(1차 완성본)을 보완해 최종본(수정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초안은 중복문서로 분류하고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없어 이관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가 개발한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는 문서를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은 “이지원은 문서 삭제 기능이 없고 이관 대상 목록에서 빠지도록 문서 제목과 작성 취지 등이 담긴 표제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만 있다”며 “표제부가 삭제된 문서는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고, 문서는 (검색은 안 되지만) 그대로 남는다. 초안은 표제부만 삭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문서 삭제 프로그램이 임기 말에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김 전 비서관도 그런 내용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정상회담 일주일여 후인 2007년 10월 9일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이 회의록 초안을 이지원에 등록했고,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후 기록물 이관 작업을 준비하면서 청와대 내에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자료를 재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졌는데 초안은 최종본이 있기 때문에 이관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초안의 표제부만 삭제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복구한 1차 완성본(삭제본)과 수정본의 내용이 다르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오류나 표현을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저’라고 표현한 것을 ‘나’로 고친 것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상대국 정상을 존중하기 위해 ‘저’ 또는 ‘각하’라는 표현을 늘 썼다”며 “외교부에 확인해보면 정상회담 대화록을 남길 때 관례적으로 호칭 문제는 정리해서 넘긴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논란을 빨리 종결시키려면 (검찰이) 초안을 빨리 공개해서 최종본과 뭐가 다른지 비교하면 금방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정 문서에 대해 이관이나 삭제를 지시한 적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확인할 내용들을 놓고 같이 규명을 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며 자신들도 경위를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성수 변호사는 조 전 비서관이 올 1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를 번복한 것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종이 대화록은 남기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맞지만 청와대 등재 문서, 국정원 작성 문서를 삭제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김경수 전 비서관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김 전 원장과 김 전 비서관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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