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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차세대 선두주자… 가슴으로 춤을 추지요”

입력 | 2013-10-10 03:00:00

국립무용단 ‘춤, 춘향’ 주역 장윤나, 국립발레단 ‘지젤’ 주역 이은원
17∼23일 해오름극장 하루씩 교대공연




8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춘향 장윤나(왼쪽)와 지젤 이은원. 장윤나는 국립무용단 10년차이지만 한국무용 특성상 여전히 ‘어린’ 단원이고, 이은원은 국립발레단 최연소 단원이다. 이들은 “선배들과는 다른 색깔의 젊은 춘향, 젊은 지젤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몽룡과 헤어지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몽룡이 한양으로 떠나면서 춘향에게 편지를 줘요. 편지를 상징하는, 먹으로 글씨를 쓴 희고 긴 천을 들고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는 장면이죠.”(장윤나·31)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처음 만날 때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요. 순수하고 맑은 지젤이 알브레히트가 누군지 궁금해하다가 ‘딱’ 만나는 그 부분요.”(이은원·22)

17∼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국립레퍼토리 시즌’의 일환으로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과 국립발레단의 ‘지젤’ 교차 공연이 열린다. 우여곡절을 딛고 사랑을 이루는 춘향과 비련의 여인 지젤 역을 맡은 두 무용수를 8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두 무용단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힌다. 모두 고등학교 과정을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로 조기 입학한 뒤 졸업과 함께 무용단에 입단했다. 두 공연은 이들의 춤 인생에서 특별히 빛나는 작품이다.

장윤나는 학창 시절부터 ‘춤, 춘향’을 보면서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꿨다. 마침내 그는 지난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베이징 공연에서 처음 춘향으로 출연했다. 커튼콜을 마친 뒤 밀려드는 행복감에 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는 “펑펑 우는데 파트너 (조)용진이가 다독여줬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이은원의 지젤은 더욱 극적이다. 2011년 국립발레단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 버전의 ‘지젤’을 한국에서 초연할 때, 그의 이름은 주역 캐스팅에 없었다. 하지만 연습 기간에 그를 지켜본 프랑스 측 안무가가 전격 발탁했다. 연수단원으로 입단해 정단원이 된 뒤 처음으로 맡은 파격적인 주역이었다. 입단 1년차로 동작과 테크닉에만 집중했던 그가 지젤을 통해 비로소 동작의 의미와 표현법, 연기를 깨쳐갔다. 그는 “한동안 발레리나가 아니라 운동선수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지젤을 통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끌어내면서 발레리나로서의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윤나는 초등학교 때 TV에서 화려한 부채춤을 접한 뒤 한국무용을 시작했다. 이은원은 일곱 살 때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본 뒤 ‘예쁜 옷’에 끌려 발레에 입문했다. 서로에게 부러운 점이 있을까.

“발레의 파드되(2인무)는 공식 같은 거잖아요. 그 안에서 테크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워요. 한국 무용에도 정해진 동작이 있지만 무용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 보일 수 있거든요.”(장)

“어머, 전 거꾸로 한국무용의 자유로움이 부러워요. 발레는 체계적으로 지켜야 할 게 참 많아요. 저마다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고, 무용수마다 살짝 달라도 되는 그런 점이 정말 부러운데….”(이)

여성 무용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춘향과 지젤을 맡은 이들의 포부는 무엇일까. 장윤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훗날 직접 안무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했고, 이은원은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가슴으로 춤출 수 있는 무용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 장윤나는 ‘춤, 춘향’에서 일편단심 춘향을 바라보는 변학도를, 이은원은 ‘지젤’ 2막에서 윌리(처녀귀신)의 군무를 꼽았다. ‘춤, 춘향’은 춘향과 몽룡에 장윤나-조용진 원 캐스팅, ‘지젤’은 지젤과 알브레히트에 이은원-김기완, 박슬기-이영철, 김지영-이동훈 세 커플이 출연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