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우는 배우다’서 열연 엠블랙의 이준
가수로, 배우로 바쁜 이준은 ‘취미가 뭐냐’는 물음에 “몰아 하기”라고 답했다. “만성 피로에 시달려서 쉬는 날은 몰아서 잠을 잡니다. 잠 안 자는 날은 하루 4, 5편씩 영화를 봐요.” 작은 사진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그가 마네킹과 이야기하는 첫 장면. 제이튠캠프 제공
4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영화 ‘배우는 배우다’(24일 개봉)는 ‘18세 이상’ 등급을 받았다. 주인공 오영 역을 맡은 그는 수위가 높은 베드신을 선보인다. 네 명의 다른 여배우와 번갈아 가며 베드신을 찍기도 했다.
영화는 무명 연극배우에서 영화 톱스타로 발돋움한 청년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용. 연극 무대에서 과격한 행동으로 인정을 못 받던 배우 오영은 연예기획사 사장 장호(서범석)를 만난다. 장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영을 스타로 만든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오영은 조폭의 협박을 받고, 스캔들을 겪으며 인기가 추락한다.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페어 러브’(2009년) ‘러시안 소설’(2012년)의 신연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베드신이 야하지는 않아요. 거칠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가수는 화장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데, 배우는 맨얼굴로 (관객과) 만나야 한다고 봐요. ‘누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배우는 끝이죠.”
편집돼 잘린 장면에는 오영이 톱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중년의 여자 스폰서에게 성상납을 하는 신도 있다. “이 장면 찍으며 좀 힘들었어요. 극 중 여자가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고 말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그는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 스타. 이런 종류의 영화 출연은 소녀 팬을 유지하는 데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해외 영화제를 휩쓴 김기덕 감독이 쓴 시나리오잖아요. 첫 신을 읽자마자 무조건 출연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죠. 감정의 굴곡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상징한 인물이 멋졌어요.”
그가 말한 첫 신은 오영이 마네킹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자신의 처지와 세상을 비꼰 날 선 그의 독백이 극장을 나와도 오랫동안 귓가를 맴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를 다니던 그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그는 비가 대표를 맡고 있는 기획사 제이튠캠프 소속이다. “학교 그만두고 기획사 여기저기를 돌며 오디션을 봤어요. 비 형의 기획사에 합격한 동생을 따라갔다가 발탁됐죠. ‘네 눈에서 내가 굶주렸을 때 눈빛을 봤다’고 비 형이 발탁 이유를 말했어요.”
술자리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그는 잔을 거의 비우지 않았다. “전에는 (술을) 잘 마셨어요. 그런데 운동을 많이 하면서부터는 체질이 변했나 봐요. 가수도 연기자도 술 많이 마시면 안 돼요. 노래도 연기도 대충 해본 적이 없어요. 오영처럼 최고가 될 때까지는 그럴 겁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