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고 웃기는 ‘소원’에는 이준익 감독의 노련한 연출이 녹아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92년 말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14대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 민자당 후보에게 패한 그는 영국으로 떠났다. 2년 7개월 만에 그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그가 15대 대선에서 당선되자 은퇴와 번복은 대중의 추억이 됐다.
2011년 9월 9일에는 강호동이 연예계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수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그는 ‘잠정 은퇴’를 말하더니 2012년 10월 돌연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현재 인기는 은퇴 선언 이전만 못하다.
조던, DJ, 강호동처럼 이 감독도 한때 최고였다. 2005년 ‘왕의 남자’가 1000만 명을 모을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이후 ‘님은 먼 곳에’(2008년) ‘구름을 버서난 달처럼’(2010년)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내리막을 걸었다.
문제는 흥행 성적이 아니었다. 작품성이 문제였다. 권력을 신랄하게 비꼰 ‘왕의 남자’ 같은 주제 의식과 연출력이 이후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소원’은 그가 ‘1000만 영화’ 감독의 저력을 다시 보여준 작품이다. 이 감독은 이 작품에서 조금이라도 연출력이 떨어지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소재(아동 성폭력)를 날계란처럼 조심조심 다룬다. 그래서 관객은 그가 의도한 치유의 메시지에 빠져들 수 있다.
은퇴 뒤 2년여 인고의 시간이 그를 성숙하게 했던 걸까. 아니면 이제 안 되면 끝이라는 절박함의 결과일까. 아무튼 곰삭은 인생을 맛보는 일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