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산업부 차장
취임 후 인사를 할 때 절대 보안을 강조하는 것도 부하와 권력을 나누지 않는 대기업 총수의 제왕적 리더십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형님 권력’ 운운하는 분위기를 참아냈던 것과는 딴판이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생득적 카리스마는 대기업 총수들도 그를 쉽게 여기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총수들이 동행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진심을 높게 평가한다. 기자도 “박 대통령이 사심 없이 우리 국민을 위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평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오너 경영인에겐 약점이 있다. 진짜로 사심이 없다고 해도(혹은 사심이 없다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 때문에) 절차 문제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점이다. 전문경영인이 결정을 내릴 때 주주를 설득하고 회사 안팎의 반응까지 살피며 지원군을 만들려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남의 눈치를 덜 보니 과감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소통 문제가 발생한다.
의사결정의 배경을 모르는 조직원들은 수동적으로 되기 십상이다. 위의 입만 쳐다보는 정부 부처들의 상황과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대통령의 인사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이유를 한 기업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불조심하세요”라고 하면 장관은 그 의미를 해석해 “소방설비 점검 등 대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실무진은 “건물 내 배전설비 노후화가 문제니까 그걸 고치겠다”고 보고하고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배경 설명 없이 “소방설비 점검하세요”라고 한다면 장관은 “소방설비 점검하라”고만 전할 것이다. 실무진도 그대로 따를 뿐이다. 실무자 중 누군가는 ‘배전설비가 더 문제인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내 ‘위에서 다 알아서 고민하고 판단했겠지’ 하며 눈감고 만다. 그러나 단언컨대 대통령은 배전설비까지는 알 턱이 없다.
김용석 산업부 차장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