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수단이 9일 목동에서 열린 준PO 2차전 연장 10회말 넥센 김지수에게 끝내기안타를 맞고 패한 뒤 침울한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두산은 선수기용과 작전 등 연이은 벤치의 패착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벼랑 끝 두산, 벤치의 해법은 있나?
1차전 역전 찬스서 이해 못할 번트사인
박병호 봉쇄도 ‘걸러라 맞서라’ 오락가락
2차전 선수들 판정항의때도 침묵 무기력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준PO) 1·2차전을 내리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선발진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퍼즐조각이 없었다. 벤치에서도 실수가 속출했다. 벤치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준PO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넥센 박병호를 봉쇄하는 것도, 주루플레이로 상대를 흔드는 것도, 작전으로 점수를 뽑는 것도, 불펜투수를 포함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1차전 0-2에서 동점을 만든 2회초 1사 1·3루.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에서 두산 벤치의 선택은 기습번트 사인이었다. 김재호가 댄 번트 타구가 포수 앞에 떨어지면서 3루서 홈으로 쇄도하던 정수빈이 횡사해 찬스가 무산됐고, 이후 흐름이 끊겼다. 2차전에서도 1회초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했으나, 두산 벤치는 정수빈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경기 후반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초반이었다. 벤치의 조급함이 오히려 넘어오던 흐름을 스스로 끊었다.
야구 전문가들은 “두산은 불펜이 약하기 때문에 찬스가 왔을 때 몰아쳐서 많은 점수를 뽑아야 한다. 1차전에서 나이트가 4연속안타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왜 번트를 댔는지 의문이다. 2차전에서도 타자가 전날 4안타를 친 정수빈이었고, 주자 이종욱은 도루능력이 있었음에도 초구에 희생번트를 댄 건 아쉬움이 남는다. 아웃카운트 1개와 베이스 1개를 바꾼 밴 헤켄은 되레 안정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 역풍 맞은 박병호 봉쇄작전
두산은 박병호를 봉쇄하기 위해 심리전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박병호도 1차전이 끝난 뒤 “앞선 두 타석을 고의4구와 볼넷으로 걸러서 마지막 타석 1B-1S에서 당연히 변화구라고 기다렸는데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내가 방심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박병호를 상대로 작전을 펴는 과정에서 두산 선수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2차전 8회말 2사 2루서 두산 벤치는 박병호를 상대로 고의4구 사인을 냈다. 그러나 초구에 폭투가 나오자 다시 승부를 하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는 거르려다가 다시 정면승부로 돌입한 홍상삼은 가뜩이나 긴장한 상태에서 갈피를 못 잡고 또 한 번 공을 패대기쳤다. 오히려 박병호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전술이 역풍으로 돌아온 격이다.
포스트시즌은 흐름이 중요하고, 사소한 플레이 하나로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경기의 흐름을 끊고, 이어가는 데는 벤치의 역할도 크다. 2차전 6회초 1사 1루서 김재호가 도루를 시도했는데 판정은 아웃이었다. 김재호가 세이프라고 어필하는 동안 두산 벤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9회말 무사 1루서 교체 투입된 정재훈이 견제를 시도했을 때도 세이프 판정이 나왔지만, 1루수 김현수는 견제아웃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도 두산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지만, 중요한 포인트에서 항의라는 형태로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은 벤치의 몫이다. 선수들을 대신해 싸워주는 상징적 제스처라도 보여야 했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불펜에 대한 해법도 없이 준PO에 돌입한 두산 벤치다. 과연 홈구장에서 치르는 3차전에선 2차전까지의 패착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역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