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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軍작전협조 의혹 리비아 총리,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나

입력 | 2013-10-11 03:00:00

알카에다 체포작전 승인배후 지목… 납치단체 “검찰지시 따른것” 주장
다른 반군이 구출… 내각회의 참석




리비아의 알리 자이단 총리가 10일 새벽 수도 트리폴리에서 한 무장 단체에 끌려갔다가 다른 무장 단체에 의해 풀려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이단 총리의 납치는 국방부 지휘를 받는 단체에 의해 이뤄져 리비아 정국의 혼돈과 치안 부재의 현실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CNN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자이단 총리는 이날 오전 4시경 숙소로 쓰고 있는 트리폴리 콜린티아 호텔에서 무장한 몇몇 남성에게 이끌려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태워졌다. 그 사이 총리 경호원들과 호텔 보안 인원들의 제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처음엔 총리의 납치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총리를 납치한 단체로부터 협박을 받았기 때문에 납치 사실을 부인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총리 납치 몇 시간 뒤 ‘리비아혁명 작전실’이라는 반군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납치가 아니라 검찰 지시에 따른 체포”라고 강조했다. 리비아혁명작전실은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만들어진 이슬람 반군단체로 현재는 리비아 국방부와 내무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 군과 경찰 체제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리비아는 현재 옛 반(反)카다피 반군 단체들을 모아 치안에 활용하고 있다.

리비아혁명작전실은 페이스북을 통해 5일 미군 특수부대가 트리폴리에서 알카에다의 고위 인사인 아부 아나스 알리비 씨를 체포한 사건 때문에 총리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알리비 씨의 체포로 이슬람 반군 속에서 불만이 고조되자 리비아 정부는 7일 “미군의 작전은 리비아 정부의 허락 없이 벌어진 국민 납치 행위”라며 미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체포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에 옛 반군 세력 가운데에서 리비아 정부가 미군의 작전을 몰래 승인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날 총리의 납치는 이런 가운데 벌어졌다.

총리 납치극이 알려진 뒤 한나절이 지나지 않아 자이단 총리가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총리를 구출한 것은 정부가 아닌 또 다른 반군이었다. 트리폴리 외곽 스쿠 주마 지역에서 급히 달려온 자칭 ‘혁명가’ 연합단체가 “총리를 억류하고 있던 반군을 설득해 그를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내각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자이단 총리는 자신을 구출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지만 더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일은 갈등을 피해 지혜롭고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이단 총리와 반카다피 반군 단체들은 내전 때 함께 싸운 ‘동지’ 사이다. 1970년대 리비아 외교관으로 일했던 자이단 총리는 1980년대에 스위스로 망명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반체제 활동가로 지냈다. 리비아에서 내전이 일어난 뒤 자이단 총리는 반군 연합의 유럽 특사로 활동했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설득해 프랑스가 반군들에게 무기를 지원하도록 만든 결정적 주역이다. 이 때문에 반군들도 총리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과격하게 행동하지 않고 정중한 태도로 끌고 갔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국회의원이 된 자이단 총리는 지난해 11월 14일 무소속으로 출마해 이슬람 측 후보를 제치고 총리로 당선됐으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켰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