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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선 원자력전지 공급 급감… 대체물질 확보 ‘발등의 불’

입력 | 2013-10-11 03:00:00

■ 원자력협정-핵무기 감축 추세로 최근 생산량 제한




우주인이 플루토늄-238을 원료로 만든 원자력 전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두 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2호에 플루토늄-238 원자력 전지가 활용됐으며,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에도 플루토늄-238 원자력 전지가 장착됐다. 작은 사진은 정제된 플루토늄-238의 모습. 우주 탐사선에 장착되는 원자력 전지의 연료로 가장 안정적인 성능을 낼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위키미디어 제공

지난달 1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36년 전에 발사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하자 또다시 우주 탐사에 관심이 모아졌다. 보이저 1호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2020년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효율적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15개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달 탐사 출연연 협력협의회’를 본격 가동했다.

사실 우주 탐사를 위해서는 극한의 기온과 대기 조건에서 탐사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공급원이 필수적이다.

NASA의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에 장착된 ‘플루토늄-238’을 원료로 하는 원자력 전지가 가장 안정적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플루토늄-238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핵무기 원료인 ‘플로토늄-239’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플루토늄-238은 핵무기 감축 분위기와 원자력 협정 등으로 인해 생산이 극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ASA와 유럽항공우주국(ESA) 등은 넵티늄(Np)이나 아메리슘(Am)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또 다른 핵종인 스트론튬(Sr)을 이용한 전지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 우주 탐사, 태양전지론 역부족

우리나라가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달 탐사에는 태양광을 이용한 태양전지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양전지는 밤에는 햇빛을 받지 못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

달 탐사에서 태양전지는 1년 이상의 탐사 활동을 버텨낼 수 없다. 더군다나 영하 150도∼영상 120도의 달 표면 대기 환경에서 탐사선의 각종 부품들이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열원이 필요하다. 핵반응을 통해 꾸준히 열을 낼 수 있는 원자력 전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기반연구팀 주광혁 박사는 “2020년 달 탐사를 위해서는 태양전지와 원자력 전지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원자력 전지 기초 연구를 10여 년 전부터 해왔고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열전 기술을 연구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기반 기술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플루토늄-238 대체 핵종 연구 활발해

미국이나 유럽 등 우주 개발 선진국들은 이미 원자력 전지에 가장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종인 ‘플루토늄-238’ 대체 물질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플루토늄-238은 반감기가 길고 방사능 차폐 장치가 필요 없어 무게를 줄이고 전지 수명을 늘려야 하는 우주 탐사선 원자력 전지 재료로 안성맞춤이지만 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플루토늄-238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NASA도 마찬가지다. NASA는 최근 넵티늄을 이용해 플루토늄-238을 얻는 연구에 눈을 돌리고 있다. 넵티늄을 고성능 원자로에 투입하면 중성자를 흡수한 넵티늄이 전자를 방출하면서 플루토늄-238을 얻을 수 있다. 유해 방사능이 1, 2년 후 사라지면 넵티늄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후 이 넵티늄을 다시 원자로에 투입해 재활용할 수 있다.

ESA는 플루토늄-239에 중성자를 쬐어 합성할 수 있는 아메리슘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 기초 연구에 착수했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도 일부 검출되는 아메리슘은 반감기가 길어 우주 탐사용 원자력 전지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감기가 28년 정도인 스트론튬-90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를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반감기가 87년인 플루토늄-238보다 반감기가 짧은 데다 방사능 차폐 장치가 필요해 원자력 전지 무게가 무거워지지만 구하기 쉽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손광재 박사는 “정식 개발은 아니지만 핵연료 재처리로 얻을 수 있는 스트론튬을 이용해 원자력 전지를 만들어 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스트론튬으로 원자력 전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며 “달 탐사 계획과 필요한 기반 기술들이 구체화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