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개 품목 위조… 100명 기소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 23기에 적어도 한 건 이상의 품질서류가 위조된 부품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서류 위조와 고장으로 원전 가동 중단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안전관리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갖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와 관련한 품질서류 2만271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7개 품목의 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안전사고에 대비해 안전성을 시험하는 기기검증서 위조는 가동 중인 23기 중 월성 1호기를 제외한 22기에서 한 건 이상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반 부품의 성능을 검사하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설치된 원전은 23기 중 17기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10년 내 제출된 품질서류를 모두 조사한 결과 가동 중인 원전 23기 모두에서 기기검증서와 시험성적서 위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부품 결함과 관련해 원전이 불시 정지된 사례는 총 128건이었지만 이 중 이번 품질서류 위조 부품이 원인이 된 고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월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제어케이블 품질서류 위조로 일부 원전이 가동 중단된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품질서류 위조가 드러나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반복되는 원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원전사업자 관리·감독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 원전 공기업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전 부품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품질검증 업체가 서류를 위조하지 못하도록 외국계 제3의 검증기관을 통해 시험성적서 진위를 재확인하게 하고 진입장벽을 낮춰 원전부품 산업의 경쟁을 활성화하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9월 말 현재 품질보증서류 위조 또는 납품계약 비리 등의 혐의로 발주처, 납품업체, 검증기관 관계자 10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문병기·홍수영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