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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동양 오너일가, 알짜 자회사 빼돌리기 의혹

입력 | 2013-10-12 03:00:00

자본잠식 빠지자 개인회사 내세워 새 지배구조 구축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개인 회사를 차린 뒤 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과 자금을 공급받아 지난 3년간 1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현 회장은 이 회사를 통해 그룹 내 ‘소(小)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양네트웍스 지분을 사들여 그룹의 알짜 자산과 사업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 회장이 편법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만든 혐의를 포착하고 특별검사에 나섰다.

○ 그룹 지원으로 개인 회사 몸집 불려

현 회장은 2010년 9월 자본금 10억 원인 부실채권 추심회사 ‘티와이머니대부’를 설립했다. 현 회장은 8억 원을 출자해 지분 80%를 확보했다. 티와이머니는 설립 직후 계열사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315억 원 규모의 자산과 영업권, 21억 원어치 일감(부실채권)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티와이머니는 그룹의 꾸준한 지원을 받았다. 티와이머니는 2011년 한 해에만 동양인터내셔널로부터 동양증권 주식 260억 원어치를 담보물로 제공받고, 492억 원의 자금도 빌렸다. 2012년에는 동양파이낸셜대부로부터 556억 원을 차입했다. 지원에 힘입어 티와이머니는 지난해에 348억 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73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20.9%의 알짜 회사가 됐다. 현 회장은 2011년과 지난해에 각각 1억2000만 원씩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현 회장의 소규모 개인 회사에 불과했던 티와이머니는 올 2월 그룹의 정점으로 급부상했다. 올 2월 동양네트웍스가 단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3.07%를 확보하면서 동양네트웍스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티와이머니는 설립 후 2년간 거둔 영업이익(129억 원)의 88%(114억 원)를 이 회사에 투자했다. ‘현 회장→동양레저→㈜동양→동양네트웍스’로 이뤄졌던 그룹 지배구조는 증자를 통해 ‘현 회장→티와이머니→동양네트웍스’로 바뀌었다.

○ 그룹 내 새로운 지배회사로 급부상

공교롭게도 유상증자를 전후해 동양네트웍스는 그룹 ‘소 지주회사’로 거듭났다. 동양네트웍스는 그룹 전산업체 동양시스템즈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업체 미러스가 합쳐져 2012년 7월 탄생했다. 이 합병으로 바둑게임 회사인 동양온라인과 광고회사 동양인터랙티브, 화장품 회사 동양생명과학 등이 모두 동양네트웍스 산하 자회사로 편입됐다.

동양네트웍스는 그해 12월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현 회장 장모)의 사재 출연으로 마련한 1645억 원으로 경기 안성 웨스트파인 골프장과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 등을 잇달아 매입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금을 창출하는 그룹 내 알짜 회사와 주요 자산이 이 시기에 상당수 동양네트웍스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지난해 말에 이미 자본잠식에 빠졌던 동양레저(현 회장 지분 30%)를 대신해 티와이머니를 새로운 지배회사로 내세우고 그 밑에 동양네트웍스와 기타 자회사를 포진시켜 새로운 지배구조를 형성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웬만한 대부업체도 하지 않는 추심업체를 통해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편법적인 부분이 없는지 살피는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티와이머니가 동양네트웍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 등에서 의혹이 발견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