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인 40년 취재현장 보고서독도문제 등 한일관계 생생히 담아
그는 책 서문을 적군파 사건으로 시작한다. 1970년 3월 31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이륙해 후쿠오카로 향하던 일본항공 여객기 요도호가 적군파라는 이름의 일본 과격파 무리에게 탈취돼 평양행을 강요당했다. 일본에서 벌어진 첫 비행기 납치 사건이었다.
다음 날인 4월 1일 저자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입사식에 참석했다. 그는 “기자로서 출발한 날에 도쿄, 서울, 평양을 잇는 대형 사건이 일어난 것은 나에게 있어 어떤 암시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기자 생활을 하며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책은 전체 4장으로 돼 있다. △재해 보도 △‘차별’ 문제 △권력의 이면 △분단과 영토, 역사의 구성이다. 재해 보도는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의 이야기다. 이는 일본 언론뿐 아니라 한국 언론에서도 무수히 다뤄졌던 주제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시각으로 동일본 대지진을 재해석했다.
와카미야 전 주필은 ‘대지진 당시 어떻게 선명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당시 촬영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지금까지 어떤 언론에서도 소개되지 않은 내용이 책에 담겼다. 88년 전인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불타는 도쿄의 사진을 들고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사흘 동안 이동해 세계적 특종을 한 아사히신문 기자의 이야기도 전했다. 이런 사례를 통해 그는 신문의 역할, 기자의 생활을 전하고자 했다.
서문에서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한 데 이어 맺음말도 한국 이야기로 채웠다. ‘서울에서 생각한다’는 소제목 아래 그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여성, 혐한 시위를 벌이는 극우단체, 꽉 막힌 한일 외교,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 강한 일본을 외치는 아베 신조 총리 등 현재 한일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나열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악화된 한일관계를 반영하듯 대부분 키워드에 부정적 뉘앙스가 가득하다.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 일본 정치와 사회를 알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 정도 읽어봄 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