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신비화 노려 대중연설 딱 한번… ‘최고존엄 우롱’ 막으려 격한 반응 추정
북한이 10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를 언급하며 남측 인사들의 방북 시 발언도 공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놓고 “회의록의 녹음(음원)파일 공개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육성이 공개되면 북한은 이를 이른바 ‘최고존엄 모독’으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된 6월에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방북 시) 행적과 발언들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10일 비슷한 경고를 내놨다. A4 용지 2장 분량에 “초보적인 대화 예의와 원칙도 모르는 천하 불한당”이라는 식의 일방적 비난과 훈계를 담았다.
회의록에 담긴 김정일의 발언 내용이 이미 공개됐는데도 북한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이미 사망한 그의 육성이 남한에서 공개돼 미디어를 통해 방송되는 상황을 매우 예민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김정일은 대중 앞에서 공개연설을 한 게 1992년 딱 한 차례였을 정도로 목소리 공개를 꺼렸다.
이정은·황승택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