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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 확산… 제주지역 해송숲 사라질 위기

입력 | 2013-10-14 03:00:00

솔수염하늘소 늘며 20만그루 고사… 道, 전파 막기위해 제거작업 총력
인력-장비 부족으로 완벽방제 비상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히 번지면서 고사목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제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에서 소나무(해송) 숲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오전 제주시 도두동 지역 오름(작은 화산체)인 도두봉. 전기톱 소리가 날카로운 굉음을 내며 한동안 울리더니 아름드리 소나무가 맥없이 쓰러졌다. 인부들이 곧바로 소나무를 토막 내고 훈증작업에 들어갔지만 주변이 환삼덩굴 등으로 덮여 있어 제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탈진 곳이나 산간지대에서 이뤄지는 고사목 제거는 더욱 시간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지역에서 재선충병에 걸리거나 말라죽은 소나무는 모두 20만여 그루로 추정되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제주시 오라동 지역의 임야 8000m²를 소유한 김모 씨(50)는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주 가 보고 있는데 싱싱했던 소나무가 하나둘씩 벌겋게 변하더니 일주일 사이에 수십 그루가 말라죽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거의 재앙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재선충병이 확산되자 제주도는 지난달 초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고사목을 내년 2월 이전까지 모두 제거하는 계획을 세웠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는 5월부터 감염목에서 탈출해 건강한 소나무로 이동해 재선충병을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재선충병 감염과 고사한 소나무 20만여 그루를 없애기 위해서는 2월 말까지 매일 1300여 그루의 소나무를 제거해야 하지만 인력, 장비가 부족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내년 초까지 재선충병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면 해발 900m 이상 한라산국립공원 지역으로 확산돼 50년 이상 된 소나무 숲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선충병이 국립공원 지역 소나무로 번지면 산악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고사목 제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더욱이 소나무로 인해 건축, 개발 등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았던 일부 토지주가 악의적으로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산림 당국이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주도 고영복 녹지산림과장은 “올해 여름 폭염과 가뭄, 습한 날씨 등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이어서 재선충병이 급속히 번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며 “예비비 50억 원을 투입하고 외부 인력을 지원받아 하루에 2000그루씩 제거해 재선충병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제주의 해송림 면적은 1만8264ha로 전체 산림면적 8만8774ha의 20.6%를 차지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