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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꺾기’ 적발땐 은행-임원까지 책임 묻기로

입력 | 2013-10-14 03:00:00

금융당국 359곳 대상 실태조사
4곳중 1곳 “은행 꺾기 피해 경험”… 보험료 月500만원 상품 권유받기도
대출전후 한달간 강요에 의한 판매… 금액 상관없이 무조건 꺾기 간주 처벌




A기업은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월 500만 원씩 내야 하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요받았다. 이 기업 대표는 “은행이 권한 보험은 5년 납입, 10년은 유지해야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이라고 하소연했다.

B기업은 대출을 받는 3개 은행에 ‘꺾기’로 가입한 상품 때문에 나가는 돈이 매달 2000만 원이나 된다.

C기업은 8000만 원 대출을 받으면서 월 50만 원씩 5년간 납입해야 하는 정기적금에 가입해야 했다.

은행의 ‘꺾기’에 대한 기업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해준 날부터 앞뒤로 한 달 안에 대출자나 대출기업 임직원에게 보험, 펀드 상품을 억지로 가입시키면 금액에 상관없이 처벌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 ‘신종 꺾기’로 기업 부담 더 커져

금융당국이 올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 359곳을 대상으로 꺾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3.7%가 최근 2년 이내에 꺾기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100억 원 미만인 소기업은 24.9%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이들이 대출을 받는 대가로 든 꺾기 상품은 예·적금(74.1%·중복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공제(41.2%)와 펀드(28.2%) 등의 순이었다. 꺾기에 따른 부담이 가장 큰 것은 보험·공제(65.0%)와 펀드(28.0%)였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대출 전후 한 달 동안의 불입액이 대출금액의 1%를 넘는 예·적금이나 보험, 펀드는 꺾기로 간주된다. 보험은 매달 적은 금액을 내더라도 중도 해지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예·적금보다 가입 기간을 오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최근 은행들은 1% 룰을 피해 기업에 보험이나 펀드 가입을 주로 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과 펀드의 경우 대출 전후 한 달 동안 대출 고객 의사에 반해 판매하면 금액과 상관없이 무조건 꺾기로 간주해 처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출 고객에 대한 꺾기만 규제했지만 앞으로는 해당 기업 대표자와 임직원, 가족 등 관계인의 의사에 반해 상품을 가입시키는 것도 꺾기로 보기로 했다.

○ 은행·임원 제재 강화키로


은행이 꺾기를 했다가 감독당국에 적발되면 지금까지는 주로 직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재가 많았다. 앞으로는 은행과 임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영업행위 감독 미흡 등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한시적으로 일부 신규 업무 취급에 제한을 받는다. 임원은 직무정지 같은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꺾기를 철저히 검사해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하라”고 지시했다.

일정 기간 중 발생한 꺾기 전체에 대해 최고 5000만 원까지 부과하던 과태료도 대폭 올리기로 했다. 꺾기 한 건당 과태료를 정해 위반 건수만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대출자에게 더 부담을 주는 보험, 펀드 꺾기와 영세 소기업(상시근로자 49인 이하)에 대한 꺾기는 더 높은 과태료를 물린다.

꺾기 행태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출 당사자 외에 제3자나 금융사 직원이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신고자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내년 상반기(1∼6월)에는 전 은행을 상대로 꺾기 실태점검을 하겠다”며 “꺾기 관련 상시감시지표를 개발해 꺾기 가능성이 높은 은행에 대해 검사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