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359곳 대상 실태조사4곳중 1곳 “은행 꺾기 피해 경험”… 보험료 月500만원 상품 권유받기도대출전후 한달간 강요에 의한 판매… 금액 상관없이 무조건 꺾기 간주 처벌
B기업은 대출을 받는 3개 은행에 ‘꺾기’로 가입한 상품 때문에 나가는 돈이 매달 2000만 원이나 된다.
C기업은 8000만 원 대출을 받으면서 월 50만 원씩 5년간 납입해야 하는 정기적금에 가입해야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해준 날부터 앞뒤로 한 달 안에 대출자나 대출기업 임직원에게 보험, 펀드 상품을 억지로 가입시키면 금액에 상관없이 처벌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 ‘신종 꺾기’로 기업 부담 더 커져
금융당국이 올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 359곳을 대상으로 꺾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3.7%가 최근 2년 이내에 꺾기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100억 원 미만인 소기업은 24.9%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이들이 대출을 받는 대가로 든 꺾기 상품은 예·적금(74.1%·중복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공제(41.2%)와 펀드(28.2%) 등의 순이었다. 꺾기에 따른 부담이 가장 큰 것은 보험·공제(65.0%)와 펀드(28.0%)였다.
최근 은행들은 1% 룰을 피해 기업에 보험이나 펀드 가입을 주로 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과 펀드의 경우 대출 전후 한 달 동안 대출 고객 의사에 반해 판매하면 금액과 상관없이 무조건 꺾기로 간주해 처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출 고객에 대한 꺾기만 규제했지만 앞으로는 해당 기업 대표자와 임직원, 가족 등 관계인의 의사에 반해 상품을 가입시키는 것도 꺾기로 보기로 했다.
○ 은행·임원 제재 강화키로
은행이 꺾기를 했다가 감독당국에 적발되면 지금까지는 주로 직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재가 많았다. 앞으로는 은행과 임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영업행위 감독 미흡 등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한시적으로 일부 신규 업무 취급에 제한을 받는다. 임원은 직무정지 같은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꺾기를 철저히 검사해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하라”고 지시했다.
꺾기 행태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출 당사자 외에 제3자나 금융사 직원이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신고자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내년 상반기(1∼6월)에는 전 은행을 상대로 꺾기 실태점검을 하겠다”며 “꺾기 관련 상시감시지표를 개발해 꺾기 가능성이 높은 은행에 대해 검사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