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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임박 유제품… 못난 과일… 불황에 뜨는 ‘떨이 식품’

입력 | 2013-10-14 03:00:00


장기화되는 불황의 영향으로 알뜰쇼핑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최근 유통업계에서 ‘떨이 식품의 재발견’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찾는 이들이 없어 헐값에 처분되던 못난이 농수산물도 이런 추세를 타고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13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행사 잔여상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파는 ‘파격가 처분매장’ 매출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이 매장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공식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며 가격 할인율은 30∼70%다.

파격가 처분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자 롯데마트는 취급 물량을 작년보다 70%가량 늘리고, 각 지점의 관련 제품 진열대 길이도 평균 3m에서 5m로 늘렸다. 해당 코너도 주동선이나 무빙워크 주변 등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공간에 배치해 주목도를 높였다.

정선용 롯데마트 고객만족팀장은 “최근 소비 위축, 불황 등으로 먹거리도 알뜰하게 쇼핑하려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관련 취급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파격가 처분 매장을 비롯해 유통기간이 짧은 어묵, 소시지 등 냉장가공 식품이나 유제품을 50% 할인해 판매하는 알뜰쇼핑 코너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싸게 사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알뜰쇼핑 품목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떨이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장기 불황으로 ‘합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덕분이다. 매장에 진열됐던 가구, 생활용품의 할인판매가 상대적으로 일반화된 것과 달리 먹거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감한 이들이 많은 편.

식품업계는 해마다 국내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식품이 6500억 원어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했다고 해서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히려 싸게 쇼핑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임박몰’ ‘떠리몰’ 등 유통기한에 임박한 제품들을 기업에서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아 정상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판매하는 이색 쇼핑몰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떠리몰 관계자는 “제조업체로서는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빨리 소비할 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며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중에서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흠집 과일, 건어물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옥션은 지난해부터 흠집이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일명 ‘못난이 농수산물’을 정상가 대비 30∼50%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옥션 측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수산물을 헐값으로 도매에 넘겨야 했던 생산자들로서는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소비자들은 싸게 살 수 있어 경제 선순환 효과가 있다”며 “구색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