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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전세금, 부동산대책 내놔도 왜 계속 오를까

입력 | 2013-10-14 03:00:00


《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수도권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처음으로 2억 원을 넘어섰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광교신도시의 전세금 상승률이 20%가 넘는 등 신도시의 전세금 상승률도 두드러졌다. 》

Q: 멈출 줄 모르고 오르는 전세금 탓에 서민들은 허리가 휘고 있습니다. 전세금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내 집 장만에 ‘상장’을 주는 시대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 평균 2억 원 넘어섰다’ (동아일보 2013년 10월 3일자 A16면)

최근 방송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인상적인 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둘째딸 ‘왕호박’이 온갖 고생 끝에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루자 너무 좋아서 ‘매매계약서’를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는 장면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이긴 해도 여전히 우리시대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왕호박처럼 안 입고, 못 먹고, 형제자매의 어려움을 외면하면서까지 돈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전세금이 오르면 번듯한 전셋집을 마련하고선 전세계약서를 액자에 넣고 기뻐할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끝없이 오르는 전세금 때문에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9월 전국주택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전국 189개 시군구 조사지역 중 166개 지역에서 가격이 올랐고, 주택 유형과 규모 등에 상관없이 전 부문에서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평균 전세금은 2억8400만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2200만 원이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2400만 원이 하락했습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2년 뒤 전세 재계약을 위해서는 무려 4000만 원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합니다. 2년 사이에 정상적인 소비를 하면서 4000만 원의 순자산을 모을 수 있는 가계가 과연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세는 분명히 우려할 수준입니다.

어떤 재화든 시장에 인위적인 통제를 가하지 않는다면 재화의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수요공급이론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는 3가지입니다.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가 증가하거나, 반대로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감소하는 경우, 그리고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은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수요와 공급 중 어느 요인이 가격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는 거래량이 변하는 방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반면, 전세 거래량은 3월을 정점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량은 감소하는 상황으로 이는 수요의 증가보다 공급의 감소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저금리·부동산시장 침체로 전세 공급 축소

전세 공급이 줄어든 이유는 우선 전세를 놨던 집주인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공급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금이라는 목돈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힘들게 되자 이를 월세로 돌려 고정수입을 늘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함에 따라 생활비 충당을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전세주택의 주요 공급자인 다주택 보유자들이 비관적인 부동산시장 전망에 따라 보유주택 중 일부를 처분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게 된 것도 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살 때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세입자들이 대출이 적거나 없는 안전한 전세물량을 선호하면서 전세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세 수요 측면에서는 무주택 세입자들이 집 사기를 꺼리면서 전세에 머물러 있으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더 획기적 전세 대책 필요

정부는 급등하는 전세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월 전월세 안정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수요공급곡선을 통해 설명한 바와 같이 전세가격 하락을 위해서는 수요 감소나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놨는데, 그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은 오히려 전세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이경재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수요 측면에서는 불로소득에 해당되는 반전세와 월세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수요를 막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부가 직접 미분양 주택 등을 매입해 장기 전세형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무주택 가계의 경우 월세와 같은 비소비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은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 문제 해결이 선결과제인 만큼 더 현실성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이경재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