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올려도 불친절 여전” “사납금도 올라 이득 없어”
전국 15개 시도서 평균 20% 올라… 버스 가스 등 다른 공공요금도 들썩
서울 택시 기본요금 3000원으로 올랐는데...
주말인 12일 밤 서울 시내 번화가 곳곳의 풍경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 종로, 강남역 일대 등에서는 승객들을 골라 태우는 ‘얌체 택시’의 행태가 여전했다. 택시운전사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행선지를 묻고는 승객을 놔두고 그냥 가버리기 일쑤였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2일 오전 4시부터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 2009년 이후 4년 만의 인상이다. 서울시는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운전사 처우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요금 인상을 계기로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의 주요 명분으로 택시운전사 월급제 정착 유도를 꼽았지만 상당수 택시회사들이 요금 인상과 거의 동시에 사납금을 올리고 있어 택시운전사들은 여전히 손님 골라태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법인택시운전사 한모 씨(52)는 “매일 회사에 내는 사납금이 10만5000원인데 곧 13만 원으로 오른다”며 “그에 반해 월급은 20만 원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류비 지원 확대와 기본요금 인상으로 오르는 사납금은 채울 수 있겠지만 종전보다 손에 쥐는 돈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납금 부담이 없는 개인택시운전사들은 요금 인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개인택시운전사 송모 씨는 “한 달에 50만∼60만 원을 더 벌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부 개인택시운전사들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요금 인상으로 손님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택시요금 인상은 다른 공공요금 인상까지 덩달아 불러오면서 물가 인상을 압박할 우려가 크다. 13일 안전행정부 지방물가정보 공개서비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중형택시 평균 기본요금은 2740원으로 지난해 11월 말 2382원에 비해 약 15% 올랐다. 올해 1월 부산 대구 울산의 택시 기본요금이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일제히 인상된 데 이어 대전 충북 강원 등 15개 시도에서 요금이 올랐다. 순수 기본요금만 놓고 보면 최고 27%까지 인상됐고 거리·시간 요금제를 함께 계산해도 20% 안팎의 인상폭이다. 운송거리가 넓은 전남지역은 평균 기본요금이 3200원을 넘어섰다.
경기는 이달 중 인상된 요금제가 시행되고 인천은 연말 중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말까지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택시요금을 인상하게 된다.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기본요금을 4000원으로 올리거나 검토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호·이은택·백연상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