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그룹 의혹 관련자 이번주부터 소환
고 상무는 조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부실을 감추면서 수천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고 상무가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상무는 검찰이 2008년 9월∼2009년 10월 효성 비자금 수사를 할 때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검찰은 당시 효성중공업이 부품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33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파악했지만 일부 임원 2명만 기소해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횡령 혐의로 기소된 효성그룹 임원들의 2010년 법원 판결문에는 고 상무의 당시 행적이 일부 나타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3년 조석래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양학원의 임원이 발전기금 10억 원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자 효성그룹 임원 2명은 공사대금 노무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0억 원을 조성했다. 임원 1명은 고 상무에게 “이 돈을 당분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고 고 상무는 자기 사무실 금고에 10억 원을 보관했다. 고 상무가 효성그룹 비자금 관리를 맡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당시 재판부는 10억 원을 업무와 무관한 고 상무에게 맡긴 것은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히며 이들의 횡령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기도 했다.
검찰은 또 최근 그룹 승계 주도권을 두고 아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세력다툼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효성그룹은 장남 조현준 사장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 등 창업 3세로의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기업경영평가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 오너 일가의 자산 1조386억 원 가운데 세 아들의 자산은 7666억 원으로 72%를 차지하고 있는 등 그룹 승계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치열하게 주도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내부고발로 인한 또 다른 비리 의혹이 불거질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성열·최예나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