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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늬만 그럴듯한 교장공모제

입력 | 2013-10-15 03:00:00


올해 3월 교장공모제로 교장을 임용한 230개교 가운데 10%인 23개교에서 지원자들끼리 짜고 한 사람을 밀어주는 ‘담합’이 이뤄졌다. 김세연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교육부는 올해 초 교장공모제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한 사람이 2개 학교를 복수 지원할 수 있도록 하되 지원자가 한 명일 경우 공모 자체를 취소하도록 했다. 그러자 후보자 2∼4명이 담합해 몇몇 학교에 동시 지원한 뒤 심사 과정에서 차례로 기권해 남은 한 사람이 교장에 임용되도록 밀어줬다는 것이다.

교장공모제는 연공서열 위주의 교장 승진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2010년 본격 도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학교장 역량에 따라 학력(學力)과 학교문화가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를 2009년 내놓은 바 있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자들이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시장에서도 업자끼리의 담합은 공정 경쟁을 해치는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꼽힌다.

교장공모에 단 두 명이 지원해 심사가 진행되던 중 한 후보자가 다른 학교에 임용되는 바람에 나머지 한 사람이 ‘어부지리(漁父之利)’로 교장에 임용된 사례도 40개교에서 있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9월부터 1인 복수 학교 지원을 허용할 것인지를 교육청별로 판단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공모제를 통한 교장 임용자의 94%가 교장자격증이 있는 교감으로 채워지고 있다. 경영 마인드가 있는 참신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자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 교장공모제가 교감들이 자동 승진하는 제도로 이용된다면 교육현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힘들다. 공모 과정에서 다른 학교의 운영 계획이나 교육부 업무계획을 베껴 제출하는 등 경영 능력이 의심스러운 사례도 드러났다.

교장 한 사람이 하기에 따라 학교 현장에 긍정적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음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교육부는 교장공모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교장자격증에 준하는 자격을 지닌 인물로 공모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