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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검문소… 열매로 연명… 하루 2000명 이상 난민 합류

입력 | 2013-10-15 03:00:00

시리아 내전 3년째…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 르포



10일 오후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 아이들.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고문 피해를 당하기도 했던 아이들은 사진을 찍는 순간 잠시 웃음기를 보였지만 평소엔 사람들을 기피하거나 비행기 소음에 울음을 터뜨리기는 등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마프라끄=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위잉∼, 쿠쿵 쿵….’ 10일 시리아 국경에서 약 15km 떨어진 요르단 자타리 난민 캠프에는 전투기가 지나가는 소리와 포성이 멀리서 들렸다. 직사각형 모양의 사막 9km²에 15만 명이 빼곡히 들어찬 난민캠프에는 하루에도 2000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고 있었다. 차량들의 행렬로 난민촌에 뿌연 모래 먼지가 가득 차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유엔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하지만 난민촌은 휴전이나 교전 중지와 같은 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 이후 내전은 더 격화되고 있었다. 3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은 현재 250만 명에서 올해 말 3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가 예상했다. 》  
○ ‘중동판 킬링필드’에서 열매로 연명

내전을 피해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은 “영화 ‘킬링필드’와 같은 사지에서 살아나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참혹한 현장을 헤쳐 나온 이들의 옷은 군데군데 찢겨 있었다.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 구타지역에 살던 무함마드 살레 씨(42)는 8월 21일 화학무기 공격 당시 아내를 잃었다. 그는 “집 근처 병원에는 수많은 시체가 나뒹굴었다. 정부군이 집집마다 수색해서 식량을 전부 가져갔다”며 치를 떨었다. “단 1%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시리아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가 말하자 텐트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잊은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폭격을 피해 집 정원에 구덩이를 파고 지내던 살레 씨는 결국 아이들을 이끌고 이웃 친척들과 함께 15명이 한 버스에 타고 9시간에 걸쳐 험준한 산악을 넘어 밤새 요르단 국경을 넘었다.

다마스쿠스 남서부 무아다미야 지역에서 1주일 전에 피난 온 루웨이셰드 씨(26·여)는 “두 달 전부터 마을이 고립돼 올리브 나무 열매를 먹으며 연명해 왔는데, 최근 어린이와 여성 9명이 굶주림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시리아국민연합에 따르면 현재 다마스쿠스 인근에만 1만2000여 명이 기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3일 시리아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직원 7명이 납치되는 등 치안 악화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루웨이셰드 씨는 “빵을 구하려면 14개의 검문소를 통과해 정부군 장악 지역으로 가야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검문소를 지키는 무장 괴한들은 여성들을 발가벗기거나 가슴을 드러내게 하는 등 가혹한 몸수색을 요구했다. 그녀는 “극도의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자들은 아무리 어려도 전부 군대로 끌고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에 전기 고문 자행”

전승훈 특파원

현재 시리아 국경을 넘어 탈출한 난민 250만여 명 중 100만 명 이상이 어린이들이다. 아드난 아메드 군(16)은 “학교는 대부분 무장 괴한들이 장악해 감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이나 소년병들뿐 아니라 4∼10세 미만 아이들도 감옥에 가득했다”고 말했다.

남부 다라 지역에서 피란 온 오마르 무스타파 씨(42)는 “지난해 감옥에 갇혔을 때 무장 괴한들이 아이들의 손을 뒤로 묶어 공중에 매달아 놓거나, 손톱을 뽑거나, 전기 고문을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큰아들 알리 씨(21)는 “아이들의 귀를 자른 뒤 수배 중인 부모가 보도록 길거리에 묶어놓은 것을 봤다”며 “정부군이 탱크를 몰고 마을에 쳐들어올 때 아이들을 탱크에 묶어놓고 인간 방패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끔찍한 상황을 겪은 아이들이기 때문일까. 난민촌에서 만난 아이들 중에는 심리적 충격으로 말을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국제 아동구호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운영하는 ‘아동 친화 공간’에서 일하는 교사 사파 셰디파트 씨(24)는 “부모가 폭력에 희생당한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치유해주지 않으면 커서도 폭력을 되풀이하는 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UNHCR 관리들은 국경지대에서 발이 묶인 난민들도 약 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8월 말 이후 국경 인근을 연일 공습하기 때문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요르단사무소의 사바 모바슬라트 씨는 “한 달 전 국경 근처 숲에서 신생아를 출산한 여성을 만났다”며 “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쓰러져 있던 이 여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마프라끄(요르단)에서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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