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지만 일은 잘하는 女상사 잘해주지만 안키워주는 男상사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한 대기업 과장급 남성은 “아직까지 여성 상사는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이기 때문에 뭘 해도 남들의 주목을 크게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 상사들은 어떤 모습일까.
○ “왜 자꾸 나가지?”
유연성이 부족한 점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B(39)는 여자 상사와 함께 외부 업체와의 사업 모임에 참석했다. 거래 조건은 회사에 다소 불리했지만 약간의 융통성만 발휘하면 원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사는 끝까지 처음 제시한 조건과 원칙만 내세웠고 급기야 상대 업체 사람들과 고성까지 오고가는 말싸움을 했다. 물론 계약은 무산됐다. B는 “처음부터 ‘우리 조건은 이것이니 여기서 한발도 물러날 수 없다’고 하는 상사를 보면서 여자들은 시야가 좁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지, 넓게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 상사들은 감정에 치우치고 편협하다는 것이 주로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따뜻하고 원칙을 지키려 한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대형 은행에서 일하는 차장급 남자 사원은 “여자 지점장을 처음으로 모시면서 술도 안 먹고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직원들 사생활의 어려움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누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 굳이 회식이나 술자리를 많이 하지 않더라도 소통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 유쾌하게 웃어주고 직원들 말에 귀 기울여 주어 대만족”이라고 했다. 여자들이 부정부패에 비교적 덜 물든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 대기업 구매부에서 일하는 대리급 남자 사원은 “함께 일하는 팀장이 여자인데 어찌나 꼼꼼하게 물품 구매를 하고 회사 경비를 절약하는지 감탄했다”며 “솔직히 과거 일했던 남자 팀장들은 거래처로부터 술접대나 선물을 받는 것을 당연시하며 ‘갑’ 행세를 했는데 여자들은 갑을 개념이 아니라 마치 집안 살림을 하듯 꼼꼼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여자 상사가 더 까다롭다?
국내 대기업 남녀 직원 2712명을 설문조사한 여성리더십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상사’에 대한 각종 문항에 성별로, 직급별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여성들의 직급이 올라갈수록 공감 비율도 높아졌다 ‘여성 상사가 더 합리적’이라는 문항에 여성 대리 사원급은 48∼60%대였지만 차·부장급은 68%, ‘더 공정하다’는 문항에서는 여성 차·부장급은 67%, 임원급에서는 74%나 됐다. ‘더 업무 중심적’이라는 문항에서는 여성 대리 사원급은 55∼66%였지만 여성 부서장은 76%, 임원급은 100%였다. 그만큼 관리직을 맡고 있는 여자들 스스로 자신들에 대한 평가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달랐다.
남성 직장인의 80%가량이 “여자 상사가 남자 상사보다 더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 임원들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여자 상사가 “더 공정하지도 않고(97%) 합리적이지도 않고(92%) 조직원을 더 배려하지도 않는다(89%)”고 한 것. 또 총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3%가 “여자 상사가 더 까다롭다”고 답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남성들의 경우 41%가 공감한 반면 여성들은 반을 훌쩍 넘는 55.8%가 동의해 여성들의 공감 비율이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들을 여자 상사와 실제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한정할 경우 남성들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감소한 반면 여성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 예를 들어 ‘여성 상사가 더 합리적’이라는 문항에 여성 상사 경험자와 미경험자의 동의율 차이가 남자는 3.8%포인트였지만 여자는 13.6%포인트, “더 공정하다”는 문항에는 남자 3.5%포인트였지만 여자는 13.3%포인트 였다.
○ 호감 가는 상사는 배울 게 있는 상사
여직원들이 갖는 남자 상사들에 대한 호감도는 어느 정도일까.
‘남자 상사가 부하 여직원을 더 챙긴다’는 문항에 여직원들은 직급이 낮아질수록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즉, 대리 사원급 여성의 40%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과장급은 36%, 차·부장급은 33%, 부서장급은 33%, 임원급은 30%로 낮아진 것. 이와 관련해 한 대기업의 과장급 여직원은 “여자들이 직급이 낮을 때 남자 직원들은 여자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일도 잘 가르쳐주고 때로 ‘오빠’처럼 잘해주지만 일단 올라가면 180도 달라진다. 남녀 불문하고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문항에 남성들의 경우 대리, 과장, 차·부장급에서는 40%대로 비슷하다가 부서장급의 경우 53%로 뛰는데 이는 그 직급대의 남자 상사들이 여직원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성별 직급별로 남녀 격차가 큰 문항들이 있었다. ‘남자 상사들이 더 뒤끝이 있다’는 문항에 여성 임원은 무려 72%가 동의했지만 남성 임원은 거의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다. 또 ‘남자 상사는 여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문항에서도 여직원 과반수가 공감을 표시해 공감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남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 좋은 상사 좋은 부하
직장인들은 좋은 상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남녀 모두 ‘(전문성, 기술, 지식 등) 배울 점이 있는 상사’(32.1%)를 꼽았다. 뒤를 이어 여성의 경우 ‘보상, 경력 관리, 부서 이동을 잘 챙겨주는 상사’(28%),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21%) 순인 데 비해 남성은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17.5%)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배려해 주는 상사’(26%) 비율이 여자보다도 더 선호도가 높아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정서적 유대감을 추구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직급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다.
남성의 경우 임원급에서는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39.5%)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남성 부서장급에서는 ‘보상, 경력 관리, 부서 이동을 잘 챙겨주는 상사’(23.5%)가, 과장급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배려해 주는 상사’(23.6%)가 가장 선호됐다. 또 대리 이하 사원에서도 인간적인 매력과 배려가 30.1%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